문화예술 계열 학과 대부분이 실기 위주의 전공 교육
취업·진로 교육과정 부재로 지역서 지속활동 어려워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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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지역 문화예술의 활성화는 젊은 예비예술인들이 얼마나 정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에서 진로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직업예술인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실기 위주의 전공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어서다.

대전문화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2019 대전예술인실태조사 및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에 재학 중인 예비예술인 35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189명)가 졸업 후 타 지역에서 전공 관련 활동을 하겠다고 답했다. 지역에서 전공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24.3%(85명)에 그쳤다. 이 같은 현실 인식이 계속되면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미래 발전은 어림도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 예비예술인들의 탈(脫) 대전 인식이 짙어진 것은 전공 졸업 후 진로의 지속 가능성에 뚜렷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지역대학의 문화예술 계열 학과 교육과정 상당수가 전공 심화, 실기에 치우친 나머지 지역 안에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직업예술인으로서 자질을 키우는 본질적인 고민이 많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전 A 대학에 다니는 이 모 씨는 “전공 자체가 기술 위주이고 지역의 문화예술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은 잘 이뤄지지 않아서 나를 비롯해 친구들 대부분이 졸업하면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청년예술가들이 제대로 대전에 정착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문화예술의 정보나 진로에 대한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전 주요 4년제 대학 문화예술 학과 중 지역 내에서의 취업과 진로를 교육과정에 포함한 곳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전공필수가 아닌 선택에 그친 경우가 태반이다.

대전 B 대학 관계자는 “기획, 제작, 제안서 등 문화예술 실무와 진로 등의 교과는 고학년 위주로 배치했고, 사실 그쯤되면 진로가 결정되는 친구들이 많아 필수로 지정하긴 어렵다”며 “학생들이 진로를 하나만 놓고 고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전공 실기 이외에 예비예술인들의 사회 진출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수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적절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현장에 나와 실패를 마주할 확률을 최소한 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희진 지역문화정책연구소장은 “문화예술생태계의 중심축인 창작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게 하려면 산학연계로 예비예술인들이 충분하게 공급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사전에 대학생인 예비예술인들이 이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게 일정 정도의 문화예술 실무를 교육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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