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퍼 엘리아슨 신작 7점 대전 상륙
빛·파장 자연현상 주제로 42층에 전시

올라퍼 엘리아슨 作 - 회전하는 오각의 별
올라퍼 엘리아슨 作 - 회전하는 오각의 별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작품이 대전에 상륙했다. 2일 그의 신작이 전시되고 있는 대전신세계백화점 엑스포타워 디 아트 스페이스 193을 찾았다.

덴마크에서 태어났지만 아이슬란드에서 자라며 광대한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한 그는 빛과 색채, 물, 온도, 날씨, 파장 등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며 작품을 만들어왔다.

193m 대전 상공에 펼쳐진 올라퍼 엘리아슨의 신작 7점은 ‘살아있는 전망대’를 주제로 42층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작품 전체는 1년 365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순간 빛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작품이 된다.

작품 주변을 휘감고 도는 전시장의 무드는 창문에 붙은 시트지 컬러, 내부 커튼과 벽면 컬러와 보색을 이루며 없어지거나 변화하면서 오묘한 빛의 향연을 선사한다.

터널의 벽과 천정에 뚫린 삼각형 모양의 구멍 14개가 박힌 ‘아침의 통로’를 지나니 오각형 거울로 만들어진 지오데식 돔 형태의 작품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한 모형’이 눈에 들어온다. 외부는 거울로 주변 풍경을 비추고 그 안에 들어서면 유리창을 보는 듯 외부의 시야가 고스란히 펼쳐진다. 특히 돔 중심에는 그가 ‘칼레이도스페어’라고 부르는 입체 만화경이 관객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한바탕 신세계를 경험하면 곧장 오각형 터널을 마주한다. 여러 개의 오각형은 무한대로 확장할 것 같지만 사실 보이는 것만큼 깊진 않다. 정교한 눈속임이 매력인 ‘회전하는 오각의 별’은 오랜 시간 예술가들을 매료시켜 온 황금비율의 백미다.

이제 어두운 돔 하나, ‘현재를 보여주는 캐비닛’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 안에 들어서면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대전의 전경이, 작은 구멍 사이로 다음 작품의 완성된 다면체 형상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와 한참을 머문다.

밖으로 나와 구멍 속 작품을 보면 뭔가 음모(?)에 빠졌음을 느끼게 된다. 분명 검은 돔 내부에선 20면체 입체 구조물이었던 그 작품은 외부에서 다시 보니 연관없이 둘쭉날쭉 추상적 선의 연속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밀하게 계산된 배치가 낳은 이름하여 ‘하얀 선의 음모’다.

올라퍼 엘리아슨이 대전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남긴 마지막 작품 ‘사라지는 태양을 위한 캐비닛’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공중에 산산조각 흩어져있는 파편이 노란 필터로 둘러쌓인 태양 안에선 하나로 정렬되는 점이 그랬다. 그 안의 세상은 온통 노랗지만 밖으로 나오면 세상이 새파랗게 보이는 잔상 효과도 또 하나의 즐길거리다.

전시에선 뚜렷한 작품 설명이 없다. 오롯이 나의 감성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다. “작품은 관객, 주변환경, 그리고 다른 요소와의 교차지점에서만 비로소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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