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차, 안정적 방역 기틀 마련
백신 접종, 효율적 방역 관리 총력
찾아가는 검사소, 재택치료 성과도
꾸준한 방역수칙 이행, 지속 과제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달 23일 시청에서 코로나19 감염세 급증에 따라 시민들에게 출입자 명부 작성과 마스크 착용 등 자가 방역 수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달 23일 시청에서 코로나19 감염세 급증에 따라 시민들에게 출입자 명부 작성과 마스크 착용 등 자가 방역 수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금강일보 신익규 기자]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어느덧 3년 차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사회적 거리두기의 재등장에 상당수의 시민들은 탐탁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초창기 시민들이 다함께 똘똘 뭉쳐 거리두기 조치를 착실히 이행했던 과거와는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거리두기와 각종 방역 수칙은 이제 ‘눈엣가시’ 같은 지겨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거리두기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게 된 건 위드 코로나의 전제조건이었던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한 번 더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방역 체계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의료 체계 정비에 들어간 지금, 위드 코로나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조이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민의식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 ‘D-방역’ 선방...이젠 재정비의 시간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와의 줄다리기에서 대전시 방역당국은 굳건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염병 위기 초기,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수도권과 인접한 도시라는 점과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안정적인 방역 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대유행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해 나갔다. IEM국제학교 집단감염 당시 하루 만에 128명이 확진됐음에도 빠른 조치로 별다른 추가 확진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초동 대처를 선보였고 산발적인 집단감염 상황에선 찾아가는 임시선별검사소를 학교와 시장 등에 설치하며 빠르게 확산 차단에 나서는 등 선제적인 방역 관리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또 시는 학원발 집단감염 발생 당시 건양대병원과의 협업 체계 속에서 재택 감염자 관리의 롤모델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도출했다.

방역과 경제 살리기라는 모순된 상황에서 균형을 잡는 일에도 무리 없이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월, 정부 방역당국의 지침 하에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더 연장하면서도 시는 소상공인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저녁 6시 이후 모임 제한 인원을 2명에서 4명으로 완화했다. 당시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완화하기로 한 건 전국 지자체에서 대전이 유일했다. 직전에 시행했던 고강도 거리두기로 감염세가 크게 줄어들자 정부와의 협의를 이끌어 내 능동적인 방역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지역 음식업 관련 단체는 이 같은 시의 조치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지역 내 방역 체계가 흔들림 없이 유지된 배경엔 이 같은 ‘D(대전)-방역’의 역할이 컸지만 이제는 이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수도권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중증 환자들로 인해 지역 중증 병상은 가득 찬 지 오래고 코로나19 감염세는 대전 외 지역에서도 기승을 부리며 전국적으로 대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방역당국은 지난 18일부터 사적 모임 인원을 4인까지, 업소별 운영 시간을 오후 9~10시로 제한해 이를 수도권과 비수도권 상관 없이 전국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의료 체계로 현 사태를 헤쳐나가기에는 인프라와 인력 등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전국적인 규모의 락다운(Lockdown)을 실시하기로 한 거다. 방역당국은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 전국적인 대유행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이를 기회로 의료 체계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마비 단계에 이른 현 의료 상황을 타개할 시간을 벌겠다는 얘기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달 23일 시청에서 코로나19 감염세 급증에 따라 시민들에게 출입자 명부 작성과 마스크 착용 등 자가 방역 수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달 23일 시청에서 코로나19 감염세 급증에 따라 시민들에게 출입자 명부 작성과 마스크 착용 등 자가 방역 수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 느슨해진 긴장감, 일상 회복 복병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 또 한 차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목표에 도달한 백신 접종을 기반으로 단계적인 위드 코로나에 접어들었지만 하루 7000명대, 대전에서도 연일 100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위중증 환자도 폭증하고 있어 시급히 이 같은 질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강력한 거리두기가 다시 시행됐지만 이 역시 시민의 협조가 전제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새해를 맞아 현재 적용 중인 거리두기 지침이 종료되더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 체계가 안정화되고 D-방역이 안정적인 방역 체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시민의 경각심이 느슨해지는 순간 모든 공든탑은 다시 무너지고 만다.

위드 코로나 뒤 찾아온 또 한 번의 위기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고비인데 현재로선 그리 녹록지 않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방역수칙 이행에 대한 준비는 소홀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느슨해진 긴장감, 그 틈을 파고 들었다. 방역당국에서 위드 코로나 도입 신호가 나온 순간부터 방역수칙 이행에 대한 약속이 희미해졌다. IT 강국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한 QR코드를 비롯한 출입 명부 작성은 귀찮다는 이유로 외면 받았다. 지난 13일부터 시행된 방역패스도 마찬가지다.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단속반의 눈을 피해 백신 접종 검사를 뒷전으로 미뤄둔 식당과 술집이 수두룩하다. QR코드를 기반으로 한 방역패스가 중장년과 고령층에게 낯설 수는 있으나 이미 도입된 지 몇 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는 핑계에 불과하다. 역학조사를 혼란에 빠트리는 거짓 진술도 여전하다. 당장 지난달과 이달 대전에선 종교인을 비롯한 4명의 시민이 역학 조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해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 철저한 자가 방역 다시 되새겨야
그나마 마스크가 우리 일상에 습관처럼 녹아들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가 방역 수칙들이 시민의 머릿 속에서 잊혀가고 있다는 점은 향후 온전한 일상 회복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복병이다. 특히 감염 예방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손 씻기’는 어느새 불편함으로 인식되고 있다. 손 씻기는 마스크 착용과 더불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독감 등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손쉬운 방역수칙이지만 코로나19 이후 곳곳에 비치됐던 손소독제는 비워진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국의학저널(BMJ)의 ‘코로나19 유병률·감염률·치명률에 대한 공공 보건 정책의 효과’ 자료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자는 미착용자보다 코로나19 발병 위험이 53% 낮은데 손 씻는 습관 또한 발병 정도가 50%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착용만큼이나 손을 씻는 습관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적 모임 인원 및 영업 제한 등 각종 거리두기 지침 또한 25%의 감염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의 대처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자발적인 방역과 적극적인 지침 준수로 인해 나타나는 감염 억제 효과가 상당하다는 거다. 이를 위해선 개인이 방역의 최전선에 있다는 뚜렷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감염병 확산을 단순히 일차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감염병과 사망자 발생에 따른 보건 체계의 위기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는 폐업과 소득, 고용의 감소부터 일상생활 속 불안과 우울, 사회적 소통의 마비, 대인관계 단절 등 광범위한 위기를 동반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아주 잠깐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책임감은 수 없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겼지만 돌파감염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나게 된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가 전제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예측불허의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단계적 일상 회복 등 일부 방역 수칙이 완화될 때마다 모든 방역이 해제된 것으로 인식하는 방역 해이가 나타난다”며 “시민들이 QR코드, 출입 명부 작성을 소홀히 하고 운영자도 출입자 관리를 전 처럼 꼼꼼히 하지 않아 지도·점검 강화 필요성을 느낀다. 코로나19로 마주하게 된 위기를 다시 한 번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역 수칙 이행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신익규 기자 sig26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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