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하던 점심시간, 흥겨움 대신 삭막함이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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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코로나 여파 택시수입 급감
기사들 식당 찾을 여유 없어
식당 점심·저녁 매출 반토막
“올해는 내수경기 회복됐으면”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음식이 빨리 나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기사식당. 이곳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은 각자 밥 한 숟갈에 애환을, 음식을 삼키며 쳐다보는 허공에 근심을 흩뿌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저앉아버린 경기에 피로감만 커지고 있는 까닭에서다. 하지만 한국인의 힘은 따뜻한 ‘밥심’에서 나온다 했던가. 답답한 현실 속 임인년 새해를 힘차게 살아가는 이들을 기사식당에서 만나봤다.

지난 7일 오전 11시 40분 경 대전 동구 한 기사식당을 찾았다. 입구에서 방역패스를 통과한 뒤 식사를 하기 위해 각자 자리로 향하는 몇몇 이들이 보였다. 점심시간 치고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점심시간에만 200명 이상이 찾던 곳인지라 이질감이 느껴진다. 문득 카운터에 앉아 드문드문 들어오는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식당사장이 눈에 띄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근심이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기사식당 사장 양 모(57·대전 동구) 씨는 “운전기사분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라 밤늦게까지 장사를 해왔는데 거리두기로 인해 매출이 반토막이 났죠. 올해 들어 홀 직원도 3명으로 줄였어요. 매장 크기 대비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 그렇습니다. 경기가 너무 안 좋다보니 점심에 찾아오던 기사분들이나 단골손님들도 확 줄었네요. 올해는 제대로 된 거리두기 보상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희망했다.

발걸음을 옮겨 TV가 잘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한때는 손님들이 몰려 왁자지껄하던 분위기가 어렴풋한 기억으로 느껴질 정도로 삭막함이 느껴졌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식사중인 사람이 보였다. 그는 오른손으로 수저를 들고 왼손으로는 무엇을 찾고 있는건지 스마트폰을 빠르게 스크롤하고 있었다.

취업준비생인 윤진영(28·대전 중구) 씨는 “이것저것 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마침 기사식당이 눈에 띄어 들어왔죠. 토익이랑 여러 자격증을 딴 상태라 지난해 졸업한 뒤 취직에 바로 성공할 줄 알았는데 배부른 소리였나봐요. 빨리 고용 시장이 열려 원하는 곳에 합격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어려워 금전적으로 힘들어지고 있거든요”라고 걱정섞어 말했다.

자리를 일어나 주변을 돌아보던 중 TV 앞에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던 택시기사들을 찾았다. 기사식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겨우 운송업 종사자를 마침내 만나볼 수 있었다.

개인택시기사 안 모(48·동구) 씨는 “오늘은 점심만 먹고 퇴근하려고 합니다. 오전에 모신 손님이 4명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오늘 번 돈은 5만 원이 좀 못 됩니다. 금요일 야간 수요도 끊겼기에 쓸데없이 돌아다니면서 연료만 소모하는 것보다 집에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지역 경기가 좀 풀려 많은 손님을 모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바랐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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