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18개월 만에 최고치
디지털 금, 두 달 새 20%↓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영향

한국금거래소

[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리자 안전자산인 ‘금’이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주식·채권 시장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기준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전날보다 0.83% 오른 7만 2990원(종가기준)에 거래됐다. 지난 2020년 9월 18일(7만 3100원) 이후 18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 긴장이 고조된 지난 15일에는 하루 거래량이 22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KRX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126.2㎏)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국제 금값도 상승세다. 21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89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7일에는 1902달러로 마감하며 8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을 갱신했다.

금값 상승세는 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더불어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글로벌 긴축 행보가 금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4만 달러 아래로 내려 앉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3일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3만 8645.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일만 하더라도 4만 7000달러를 기록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사이 20% 넘게 급락한 거다.

더욱이 암호화폐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분석업체 인투더블록에 따르면 지난달 비트코인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지수 상관계수는 0.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디지털 금이라 불리며 비트코인 가격이 8만 달러를 넘어서는 등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던 암호화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금’이라고 부르기에는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금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긴장감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정학적 위험이 당장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내 매력적인 투자처로 자리매김한 금값은 당분간 가격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장기적으로 금값 오름세는 제한될 수 있다”며 “글로벌 긴축 행보의 영향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의 매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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