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박사 후천성 척수장애 딛고 박사학위
말로 표현못할 상실감, 그 후
2015년부터 척수장애인 심리 컨설팅
“나보다 더 심각한 손상입은 이들위해
일상의 삶으로 안내하는 역할 하겠다”

최근 열린 한남대학교 제60회 학위수여식에서 김용구 박사(오른쪽)가 이광섭 총장으로부터 학위증을 건네받고 있다. 한남대 제공
최근 열린 한남대학교 제60회 학위수여식에서 김용구 박사(오른쪽)가 이광섭 총장으로부터 학위증을 건네받고 있다. 한남대 제공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최근 한남대학교 성지관에서 열린 제60회 학위수여식에서 눈에 띄는 졸업장 수여 장면이 포착돼 훈훈함을 안기고 있다.

이광섭 총장이 직접 단상을 내려가 휠체어를 탄 졸업생에게 허리 숙여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장면 때문이다. 기독교학과(상담전공) 김용구 박사(47)와 이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김 박사는 불과 13년 전인 2009년까지도 지리산 종주를 7번이나 할 만큼 건강했다. 운동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의 그에게 그해 11월 29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몸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는데 도착하자마자 심정지가 발생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심폐소생술을 하며 생사를 넘나들었고, 다행히 생명은 건졌으나 척수신경에 손상을 입어 하반신 마비가 찾아왔다.

김 박사는 “처음에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았을 때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대부분의 척수손상장애는 신체적인 손상뿐만 아니라 이후 공간·시간·관계적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내와 어린 자녀 2명이 있던 그는 한남대 기독교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선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목회자가 설 수 있는 영역은 넓지 않았다. 시골 작은 교회에서 소박한 목회를 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마주한 현실은 작은 꿈도 이루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

그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심각한 손상을 가졌음에도 밝고 즐겁게 살아가는 또 다른 척수장애인의 모습을 보고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고 회고했다.

이후 김 박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병원을 찾아다니며 척수장애인 대상 재활상담 심리 컨설팅을 시작했다. 이후 후천성 초기 척수장애인들의 길을 안내하는 전문적인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한남대 대학원에 진학, 사회복지학 석사와 기독교학과에서 상담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생애 처음 겪는 그 험악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당사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한다”며 “후천성 척수장애인이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등 지난한 감정의 굴곡을 겪는 동안 어느 시점에 누구를 만나는지는 매우 중요한 만큼 그들을 일상의 삶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박사는 현재 한남대학교회 대학부를 맡고 있으며 2018년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를 개설, 고용노동부로부터 장애인식개선교육기관 인증을 받아 각급 기관의 장애인식개선 교육활동을 해 오고 있다. 뜻하지 않게 끊임없이 도전해 온 그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김 박사의 아름다운 도전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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