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다리는 1구간 두메마을길

이촌마을 길에서 만난 대청호
이촌마을 길에서 만난 대청호

'첫'이란 건 그렇다.
단호하면서도 뭉클한 성분으로 이뤄져서, 두 발을 이곳에 메어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론가 당신을 이끄는 것.

마치 대청호가 품은 아름다운 풍경처럼.

'첫'이란 건 그렇다.
수줍은 떨림과 작별의 편지를 함께 건네주는 것.
다만, 전율로 써내려간 문장의 의미는 언제까지나 퇴색되지 않는 것.

아직은 서늘하고 가끔은 매섭기까지 한 3월의 바람이 아무리 대청호반의 물결을 밀어낸다 하더라도, 그 모습이 당신에게 건네는 감동은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2022년 대청호 오백리길' 여정의 첫 페이지를 쓴다.

 

삼정동 생태습지 공원
삼정동 생태습지 공원
이촌마을 호수
이촌마을 호수

◆ 풍경 한 점, 차 한 잔 … 삼정동 생태습지
오늘의 첫 방문지는 '삼정동 생태습지'다. 삼정생태습지공원은 대전 대덕구 이현동에 위치한 곳으로 초봄임에도 불구하고 물억새와 갈대가 곳곳에 서식했다. 대청댐물문화관 바로 뒤편에서 시작해 이촌마을로 들어서면 나오는 이곳은 대전시 아름다운 자연 생태 7선으로 선정될 정도로 아늑하고 아름다운 1구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차를 한잔 마시기 위해, 또 누군가는 가벼운 산책을 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는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카페 앞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두고 오솔길을 연상케 하는 산책로로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가슴팍 저 안쪽까지 차오른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고즈넉한 날씨에 오리배조차 물가에 정박해 숨을 고르고 있다. 미술관이 따로 없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작자 미상의 그림들이 눈을 두는 곳마다 놓여있으니 말이다. 하루에 수천번도 더 오가는 풍경일텐데 지루할 틈 없다. 오염된 마음을 슬쩍 씻어가는 물결과 발갛게 미열 오른 당신의 이마를 짚듯 부드럽게 내려쬐는 햇빛까지. 나보다 앞서 겨울이란 계절이 걸어갔을, 나보다 뒤에 봄이란 계절이 걸어갈 길이다. 사랑이 고독을 무찌르듯 조금은 쓸쓸하게 그렇지만 따사롭게 당신을 이끄는 곳.

 

로하스캠핑장 전망대에서 본 대청호
로하스캠핑장 전망대에서 본 대청호
미호동 전망쉼터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면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미호동 전망쉼터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면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가족과 나를 위한 힐링공간, 로하스가족공원 & 지명산 산책로
다음 스폿은 로하스가족공원과 지명산 산책로다. 오토캠핑장 사이트와 카라반 사이트가 마련돼 있어 대청호오백리길을 찾는 이들의 숙박 장소로 애용되고 있는 곳. 평일이다보니 매우 한적했지만 상쾌한 공기는 어느 곳이든 공평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달콤'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보이지 않아도 감각을 어루만지는 자연의 각별한 애정. 아이의 곤한 호흡같은 정서 말이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자연스레 높은 지대로 올라오니 보조댐은 물론 글램핑장, 탁 트인 광장이 시원스레 보였다. 중간 중간 벤치도 놓여 있어 가만히 정적 속에 앉아 대청호를 바라보기도 좋았다. 보조여수로를 지나고, 근방 숲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면 또 다른 생태습지인 강촌지구생태습지가 있다. 이촌마을보다 규모는 작지만 한 켠에 놓인 정자에서 대청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두메마을 전경
두메마을 전경

◆ 농촌체험거리 가득한 '두메마을'
발길을 옮긴 마지막 명소는 바로 1구간의 종착역, 두메마을이다. 남쪽으로는 계족산, 북쪽으로는 대청호가 있는 두메마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유명한 이곳은 간장, 청국장, 두부 등 순수 우리 농산물로 식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마을이다. 가을에는 전 세계의 신기하고 다양한 호박 전시회가 열려 '오색빛 호박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아직은 겨울의 끝자락을 뒤늦게 지나고 있어 조금은 허전한 기운이 없지 않았지만 정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과 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강아지들의 짖는 소리만으로도 사람 사는 내가 폴폴 느껴져 동네 한 바퀴 천천히 걷는 맛이 좋았다.

오늘 다녀온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 두메마을길은 총 11.5㎞에 달한다. 시작점부터 삼정동생태습지까지 연결된 길은 고르진 않지만 그곳들을 지나온 후에는 대부분이 데크길로 조성돼 있다. 흙길이 더욱 정감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리함을 위해 조성된 데크길 역시 그만의 감성이 있다. 도로를 따라 난 길도, 자연스레 서식하고 있는 나무들을 피해 만들어진 계단과 대청호수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도록 물가로 이어진 길도 있다. 어쩌면 심심하다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걷다보면 울창한 나무들이 나를 에워싸는 느낌과 함께 고개를 잠시 돌려 바라보는 대청호의 모습이 장관이다. 모두 이곳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 마지막 행선지인 두메마을을 유유히 빠져나온다. 뒤돌아 바라본 마을의 모습. 눈 앞에서 지난 계절이, 후회가 멀어져간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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