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투어: 희망을 가꾸는 두메마을

  마을투어: 희망을 가꾸는 두메마을   

 

 

함께하는 즐거움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함께하면 다양한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다. 봄 꽃망울을 시샘하는 추위가 몰아치는 대청호반의 한 작은 마을엔 작은 마음들이 모여 새로운 희망이 맥동하고 있다. '내륙의 바다'라 일컫는 대청호는 금강수계의 수려한 경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끼도롱뇽, 수달, 반딧불이 같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대청호의 청정함 속에 살아있다. 특히 고유어종으로, 금강유역에만 서식했던 감돌고기가 대전의 하천에서 서식하게 됐고 대전의 깃대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감돌고기의 서식지를 누구보다 앞서 살려내기 위해 노력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에 위치한 두메마을(대전 대덕구 이현동)이다.

 

 

오랜 삶의 터전 물에 잠기는 아픔 있었지만
작은 힘모아 맑고 아름다운 터전으로 가꿔

 

대청댐 건설과 자연생태순화를 겪으며 생겨난 두메마을은 오랜 터전을 일부 수몰로 잃은 가슴아픈 역사가 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의 수고로움 덕분에 더 맑고 아름다운 터전이 돼 가고 있다. 'THE맑은이현마을협동조합'이 선봉에 섰다. 청정 자연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지키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은 생태와 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체험마을이다. 로컬푸드를 이용한 건강한 먹거리 제공은 물론 마을 농장에서 과일 수확 및 투어와 명상 프로그램, 도자기 체험과 이현마을만의 특산물을 가지고 함께 요리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날마다 나를 만들고(You make me every day), 자연의 시간(time of nature)을 느끼게(Feel) 하는 곳, 선선하고 따뜻한 봄날, 두메마을과 마을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신정숙 The맑은이현마을협동조합 대표
신정숙 The맑은이현마을협동조합 대표

 

The맑은이현마을협동조합 앞장
농촌체험프로그램 성공모델로
최근 공정관광 대상 수상 쾌거

 

 

#. 두메마을의 향기
'두메'는 '도회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변두리나 깊은 곳'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외진 곳에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찾는 이들도 적을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대청호오백리길의 첫 시작인 1구간, '두메마을길'의 중점 코스인데도 말이다.
“처음엔 저희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대청호오백리길을 왔다가 이곳을 지나치는 도시 사람들은 그저 옛 할머니댁을 추억하며 이 마을을 지나쳤을 거예요. 실제로 노인 분들이 대부분인 건 사실이니까요.”
쑥스러움이 묻어나는 웃음이었지만 곧이어 마을을 소개하는 신정숙 The맑은이현마을협동조합 대표의 목소리엔 확신이 녹아 있었다.
“어르신들이 많은 만큼, 그리고 계속 고령화가 돼 가는 마을인 만큼 활력을 불어넣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통장님을 비롯한 모든 마을 주민 분들이 용감히 나서 주셨죠. 대덕구의 도움도 많이 컸어요. 2019년에는 ‘오색빛 호박마을’이란 이름에 걸맞게 가을에 큰 호박축제를 열어 크게 알려지기도 했죠.”
그러나 아무리 청정한 자연에 둘러싸인 이곳도 코로나19의 마수를 피할 순 없었다. 마을을 찾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살아 온 경험으로, 또 원숙한 지혜로 곧이어 살길을 찾아 나섰다.

 

#. 코로나 … 다시, 씨앗을 심다
“2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숙제다운 숙제를 해내지는 못했어요. 3년간 받았던 지원도 그 사이 마무리가 됐지만 집집마다 직접 우리 농산물을 재배하고 전시도 하고 마을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는 건 멈추지 않았죠. 조금이라도 더욱 마을을 알리기 위해서요. 코로나19 때문에 지원은 끊겼지만 자구책으로 마을 기업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끊임없이 회의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마을 활성화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건 모든 마을 사람들이 가진 희망이자 굳은 의지였어요.”
최근 마을 사람들 모두가 모여 호박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지자체의 추경 예산 등이 전혀 잡혀 있지 않아 어떻게 마을 사업을 키워나갈지 아직 염려는 된다는 신 대표였지만 함께 뛰어주는 주민들이 있어 멈출 수 없다는 그였다.
“물론 축제는 단발적인 행사잖아요. 그래서 생태적인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어요. ‘체험’을 중심으로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대전의 깃대종인 감돌고기를 주제로 해 풍경도 제작해보고 그걸 ‘하늘강아뜰리에’라는 마을 전시관에 전시도 할 수 있도록 했죠. ‘참좋은 우리음식 연구원’이란 곳도 있습니다. 직접 저희 마을에서 재배한 신선한 농산품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보는 거예요. 된장이나 고추장 등 장류도 함께 담가보고 쑥개떡이나 전통 한과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이현마을에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우리 음식들은 무려 10가지가 넘는다. 장류는 물론 매실청, 감식초, 마로니에, 메리골드 꽃차, 호박 식혜와 호박찐빵 등등 다 자연에서 난 것들이다. 특히나 동동주의 경우 대통령 진상품으로 올라갈 정도로 유명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과일 수확・도자기・특산물요리 만들기 등
청정한 자연 속 예술 공존하는 체험 마을
가을엔 ‘오색빛 호박축제’로 활력 불어 넣어

 

 

 

#. 상생의 가치
주민들의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이라고 해야할까, 이 마을에 자리잡고 싶다는 한 청년이 마을 사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곧 다가올 맥주 만들기를 미리 준비하러 왔다는 한밭대 화학공학과 재학생, 박선일(24) 씨다.
"친구와 계족산 등산을 하러 왔다가 등산로에서 본 표지판을 따라 발길을 옮기다 보니 도착한 곳이 바로 이현마을이었습니다. 마을에 들어왔을 때 아기자기한 마을에 모습에 한 번, 협동조합 구판장을 둘러봤을때 두 번 놀랐습니다. 우리 지역에 이렇게 생산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곳이 있다는 게 신기했죠. 마을에서 도자기 공예와 다양한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경험하다보니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위 ‘인스타 감성’이 아닌 시골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이때 문득 든 생각은 내가 마을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대표님과 오랜 대화 끝에 곧 수제 맥주와 이화주 제작 프로그램을 진행하신다는 말을 들었고 저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비주기로 방문해 도움을 드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마을 방문을 늘려 도움을 드릴 예정입니다“
이렇듯 여러 사람들이 흘린 한 방울 두 방울 땀이 결실을 얻은 걸까. 최근 the맑은이현마을협동조합은 국회 공정관광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상생의 값어치를 인정받은 거다.
조합원들은 더욱 많은 시민들이 체험프로그램 발전을 위해 동참해주길 바라고 있다. 마을에 터를 잡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새롭고 참신한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오늘도 새로움을 향해 도전하는 협동조합, 두메마을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글·사진=박정환·김미진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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