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전국 유명 피서지마다 쓰레기·일탈·바가지 상혼 등 만연
경찰·자원봉사 인력 늘려도 역부족 배려·질서 지키는 피서문화 절실

배지현
이용화플란트치과 행정원장

대한민국이 너무 뜨겁다.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폭염 속에 이러저러한 피해들이 속출하고 있다.

축산농가에선 불볕더위로 인해 가축들이 폐사하고 노약자들은 열사병으로 인해 병원을 찾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에 따른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겨 아파트 전체가 정전이 돼 가뜩이나 열대야로 고생하는 주민들의 짜증 지수가 일상이 돼버린 폭염주의보 만큼이나 잔뜩 치솟아 오르고 있다.

이런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 수 십, 수 백 만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계곡과 바다를 찾아 숨을 고르고 있다. 연중 한 번 있는 여름휴가는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추석이나 설날의 민족 대이동을 연상케 할 만큼 대규모다.
가족과 함께, 친지와 함께 무더위를 식히며 피곤하고 팍팍한 일상생활에 활력소를 찾는 기회이니 나름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전국적인 피서인파들의 움직임 속에서 소리 없이 병들어 가고 피서지의 고충을 한번쯤 되짚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매년 피서철이면 반복되는 일들이지만 여름만 되면 전국의 피서지는 피서객들이 남기고 간 각종 쓰레기와 일탈과 범죄, 터무니없는 바가지 상술로 얼룩져 있다.

우리나라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로 손꼽히는 부산 해운대의 경우 평일 하루에 수거되는 쓰레기 양이 1톤이 넘는다고 한다. 글쎄, 70만 명이 훌쩍 넘어 100만 명을 오르내리는 피서객들의 수를 가늠한다면 적다고 해야 할까? 아직도 멀고도 먼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피서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이랴. 대낮부터 벌어지는 술판과 피서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의 탈선 행위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미성년자에게 판매가 금지된 술과 담배이지만 이를 제지할 수단은 아무 것도 없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지나다니는 행인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여성들을 희롱하는 청소년들은 피서지 행동은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청소년들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난장판에 가까운 피서지 관리를 위해 경찰은 ‘여름 파출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거의 통제불능 수준으로 곳곳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또 평소보다 훨씬 많은 환경미화원 배치와 자원봉사자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 십, 수 백 만의 피서객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피서지의 바가지 호객행위 또한 늘 그렇듯이 도마 위에 오르지만 개선의 여지는 전혀 없다. 피서객과 파라솔 대여업체 간의 실랑이도 여전하다. 부산 해운대의 경우 백사장 1.5㎞ 구간에 걸쳐 파라솔이 빽빽이 늘어서 시원하게 확 트인 바다를 보기조차 힘들다. 사실 바닷가 백사장에 텐트를 칠 수는 없지만 개인 파라솔을 칠 수는 있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거친 파라솔 대여업체 직원들과 시비를 붙어가며 파라솔을 펴는 피서객들은 많지 않다.

해마다 휴가철이면 반복되는 피서지의 추태들은 이제 만성화 돼 공중질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휴가철 마다 더 많은 경찰 인력과 자원봉사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능사만은 아닐터. 이건 기본적 소양의 문제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마음가짐의 함양이 올바른 피서문화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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