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원자재 고공행진에 中企살림 빠듯
尹 연동제 법제화 공약했으나 태도 변화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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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납품단가 현실화’가 더욱 간절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원유·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중소기업계의 살림살이가 나빠져서다. 윤석열 당선인은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공약했으나 시장원리를 훼손한다는 인수위의 판단에 기울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 일로다. 국내 주요 수입유인 두바이유는 6일 기준 배럴당 103.27달러를 기록하는 등 100달러대가 무너지지 않고 있으며, 원자재가격지수인 ‘S&P GSCI’는 지난 5일 기준 734.83포인트로 전년 464.33포인트보다 58%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국내 중견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2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2분기 경기 전망이 하락세에 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조업 58.7%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가장 큰 애로 요인으로 꼽았다. 실적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납품단가는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가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할 시 대기업과의 계약 파기를 걱정할 처지라서다. 해법은 납품단가 연동제다. 이는 하도급 계약기간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될 경우 상승분을 반영하여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다. 지난 2008년 도입이 검토됐으나 시장원리 훼손, 중소기업의 혁신의지 약화, 대기업의 해외부품업체 선호 등의 문제로 ‘납품단가 조정협의’만 의무화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본부 관계자는 “수급사업자 또는 협동조합이 원사업에게 납품단가 조정을 협의할 수 있다지만 하청 물량을 줄이는 등 보복 우려가 있어 눈치 볼 수밖에 없다. 중기중앙회가 개별기업과 협동조합을 대신해 납품단가 인상을 협의하고 있으나 법제화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원유와 원자재 급상승으로 중소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납품단가 연동제를 더는 미뤄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현재 원유와 원자재 국내 수입은 대기업 그룹사가 맡고 있다. 이들은 가격 상승에 따른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음에도 협력업체들에는 납품단가를 물가 변동에 맞춰 조정해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품 출고가격을 올리는 추세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사태로 구매 단가 상승을 전망한 기업의 53.8%는 원자재와 부품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대선 전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납품단가 연동제 공약에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당선 후 인수위원회는 시장원리 훼손을 이유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조정협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의 감시 강화가 골자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역시나 헛공약이 돼버렸다. 원자재 상승 분을 중소기업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을 고치는 게 어찌 시장 훼손인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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