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최저임금·납품단가연동제 등 번복
경영개선 기대했건만 대기업·시장 우선주의

지난달 21일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가진 윤석열 당선인 / 연합
지난달 21일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가진 윤석열 당선인 / 연합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내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영 여건 개선을 위한 중소기업의 기대감이 높아졌건만 물음표가 붙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이 대기업과 시장 중심으로 흘러갈 조짐이 보여서다.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중소기업의 오랜 숙원은 주52시간제 완화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300명 이상 민간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첫 도입한 이래 지난해 1월엔 50~300명 미만 사업장, 같은 해 7월엔 5~50명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하며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로사를 막고 일자리 분배와 워라밸 정착을 위한 정책이라지만 생산 가동이 일정하지 않은 제조업과 스타트업 특성상 부담이 컸다. 이에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노사 합의에 따른 근로시간의 유연성 확대와 근로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사회복지문화분과 업무보고에서 급격한 근로시간 개편은 근로자의 건강권 침해와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즉,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현행 1~3개월서 1년 이내 확대, 연간 단위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전일제·시간제 근로 전환 신청권 부여,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스타트업 포함, 전문직·고액연봉 근로자에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등이 공약대로 이행될지 미지수인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을 통한 노동개혁을 약속했으나 인수위는 현재 논의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변화는 다가오는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근로자의 민심이 타오를 수 있는 데다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근로기준법 개정이 불가할 것이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의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공약도 뒷전이 돼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봉쇄 조치로 원자잿값이 고공 행진하는 상황이라 더욱 절실한 과업이지만 시장 원리를 훼손한다는 인수위의 판단이 나왔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원자잿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원자재 수입을 담당하는 대기업은 오히려 최종 출고가격을 올리겠다는 추세다.

충남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사실 새 정부에 다들 기대가 많았다. 문재인정부는 친노동정책을 과도하게 펼친 측면이 있어 개선하겠다고 공약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과 시장 중심의 경기부양 정책이 얼개를 드러내는 것 같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국토균형발전도 일자리 증가도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최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제조기업 107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경영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 답변이 59.5%에 달했다. 공약 이행이 미진할수록 실망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