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에 철광석·알루미늄·니켈 등 가격↑
지역민 “비싸도 살 테니 출고만 해달라”
경기 침체로 수요마저 떨어지면 최악 상황 직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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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자동차산업에 '카플레이션(Car+Inflation)'이 가중됨에 따라 충남을 중심으로 한 충청차업계가 곤욕을 겪고 있다.

카플레이션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자재 및 부품난에 따른 생산 차질로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으면서 발생하고 있다. 일단 차량용 자동차 수급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자동차는 IT와 결합한 종합편의장치(구동계IC·파워IC·센서·MCU)를 구비하고 있는데, 한 대당 300개가량 필요한 반도체가 점차 늘고 있는 반면, 잘못된 수요 판단으로 주문량을 줄인 와중에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 균형이 깨져버렸다. 특히 공급난이 심각한 MCU와 차량용 전력반도체는 국내 생산이 거의 없어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각국서 뒤늦게 공장 증설에 나섰지만 최소 2년이 걸린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차량용 반도체 외에 주요 원자잿값이 더해지면서 발생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자동차 강판에 쓰이는 철광석은 지난해 11월 10일 500드라이 미터톤당 91달러였으나 지난 9일에는 157.29달러까지 치솟았다. 또 1년 사이 알루미늄은 25톤당 3374.5달러로 50.75% 올랐고,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은 1500㎏당 1550달러로 103.56%로 상승했다. 오르지 않은 것을 꼽기가 더 어렵다.

카플레이션 공습에 따라 차 가격은 연일 오름세다. 지난해 현대차가 국내에 판매한 승용차 평균가격은 4759만 원이었으나 현재는 4183만 원으로 13.8% 뛰었다. 국산차와 외제차 할 것 없이 모두 상승 중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하려고 해도 생산이 받쳐주지 않아 출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대략 1년 4개월, 제네시스 G90은 9개월, GV60 전기차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대전 둔산동의 기아차 카마스터는 “2020년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깊어지면서 1년 넘게 차량 출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판매업계 피해가 상당하다”라며 “신차 출고 지연으로 지난해는 중고차가 반사이익을 봤다지만 신차 대비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신차 출고 수요로 다시 몰리는 상황이다. 팔지 못하니 마음이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출고 지연은 충청권 부품업체에도 치명타를 주고 있다. 2만~3만여 개의 부품이 모두 공급돼야 조립할 수 있는 완성차 특성상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곳마저 납품량 감소를 겪고 있어서다. 충남 아산의 한 전장부품 관계자는 “지역 경기가 회복되면서 차량값이 비싸졌는데도 수요가 따라줘 납품량 대거 피해는 면했다”며 “원자재 수급 불안정과 인플레이션이 산업 전반에 이뤄지고 있어 만약 소비가 침체되면 수요까지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할까봐 겁난다”고 우려했다.

정은한 기자 padue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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