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원자잿값 51.2% 올랐지만 49.2% 미반영
‘생산량 감축, 일자리 축소, 공장 폐쇄’ 맞대응 경고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속보>=글로벌 원자잿값의 고공폭등에 시달리던 중소기업계가 ‘납품단가 연동제’의 조속한 법제화를 촉구하며 드디어 집단 반발에 들어갔다. 새 정부가 공약화했음에도 시장 원리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어서다. <본보 4월 7일자 8면 보도>

11일 18개 중소기업 단체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장기화, 중국의 봉쇄 조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자재 공급망 차질이 발생했음에도 큰 폭으로 오른 원자잿값을 중소기업이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중기중앙회가 공개한 ‘중소기업 304곳을 대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원자잿값이 51.2% 올랐지만 원자잿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모두 반영 받았다는 업체는 전체 4.6%에 불과한 반면, 미반영됐다는 응답률은 49.2%에 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결을 위해 납품단가 현실화부터 필요하다. 새 정부에서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를 설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소기업계는 폐업 우려를 경고했다.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지만 99%의 중소기업이 25%를 가져가는 비합리적인 구조 속에 원자잿값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수익 악화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또 현재 원자재 국내 수입은 대기업 그룹사가 맡고 있는데, 이들은 가격 상승에 따른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음에도 협력업체에는 물가 변동에 맞춰 납품단가를 조정해주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원유·물류비 부담까지 급증하고 있어 최소환 원자잿값 만큼은 납품단가에 반영돼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비판이다. 충청권 중소기업들은 경영 여건이 더욱 좋지 않다.

현준 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은 “지역본부에도 금속 패널 조합이 알루미늄 값은 오르는데 건설사 납품 가격은 기존 계약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등 건의가 들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조직화된 조합이나 중요 원자재가 아닐수록, 또 지역의 영세업체일수록 납품단가를 인상받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읍소하는 방법보다는 확실한 납품단가 연동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당초 중소기업계는 강력 반발을 계획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법제화를 공약해서다. 하지만 당선 이후 인수위가 공약 이행이 시장 원리를 훼손한다는 판단을 내린 데다가 주52시간제 완화 공약은 근로자의 건강권 침해와 노동계의 반발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의 노동개혁안은 논의조차 하지 않으면서 중소기업계의 인내심을 건드렸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 만큼은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납품단가 미인상 시 생산량 감축(41.9%), 일자리 축소(32.9%), 공장 폐쇄(9.6%)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설문 답변을 공개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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