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다가구주택 인근 스쿨존 주차 민원 지속
대전 내 일부는 이미 해제… 축소 등도 검토 중

대전 서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노면표시가 지워져 있다.
대전 서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노면표시가 지워져 있다.

[금강일보 김지현 기자] 어린이의 안전이 ‘불편함’에 무릎을 꿇었다.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민식이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차난을 겪는다며 불만을 제기하면서다. 자치단체가 어린이 보행이 비교적 적은 구역부터 스쿨존을 축소하거나 해제하고 있어 스쿨존은 점점 더 사라질 전망이다.

12일 대전시에 따르면 스쿨존은 초등학교 및 어린이집 출입문을 기준으로 반경 300m 이내 도로 중 일정 구간을 중심으로 설정됐다. 대전 내 설정된 스쿨존은 동구 77곳, 중구 82곳, 서구 130곳, 유성구 114곳, 대덕구 75곳 등 모두 478곳이다. 민식이법 시행으로 스쿨존 내 과속단속카메라, 과속 방지턱, 신호등 설치 등도 의무화되며 어린이 안전이 최우선 정책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시행 2년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은 안착되지 못 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국회의원(전북 익산을)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충청권에서의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는 대전 4306건, 세종 508건, 충남 2661건, 충북 2002건 등 모두 9477건이다. 사실상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가 근절되지 않은 상태다.

대전 서구의 한 어린이집 인근에 표시된 어린이보호구역 노면표시가 지워져 있다.
대전 서구의 한 어린이집 인근에 표시된 어린이보호구역 노면표시가 지워져 있다.

이처럼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열악한 주차환경이다. 대개 어린이집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밀집한 곳에 위치해 가뜩이나 심한 주차난이 더욱 심화된다. 이에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단속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기 어렵다. 같은 기간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율은 대전 63.1%, 세종 73.6%, 충남 52.5%, 충북 45.2%에 불과했다.

A(33·여·동구) 씨는 “요즘 1세대당 2대의 차량을 소유한 경우가 적잖은데 스쿨존이 아닌 곳을 찾아 주차를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주차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면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민원이 등장하면서 자치단체는 스쿨존 해제 작업에 착수했다.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대전 내 8곳의 스쿨존이 해제됐으며 28곳은 축소됐다. 대전시와 자치구는 10년 이상 됐거나 심각한 주정차 문제를 겪는 스쿨존 중 어린이 통행량이 10% 미만인 곳을 중심으로 교통 여건 고려와 주민 실태 조사를 통해 스쿨존을 해제하거나 축소를 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민식이법 이전에는 스쿨존 내에서도 주민의 주정차 불편이 없었는데 민식이법 시행 이후 민원이 많이 나온다. 초등학생의 경우 혼자 등·하교를 하기 때문에 안전이 우선시돼야 하나 어린이집의 경우 법적으로 학부모가 직접 등·하원 시키거나 통학차량을 운행하고 있어 해제 검토가 가능하다. 하지만 안전 측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스쿨존을 축소하더라도 출입구 근처는 계속 유지하는 걸 기조로 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