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구
논설실장

중국 중원을 거머쥔 당(唐)나라의 기세는 대단했다. 인근 나라들이 속국이 되어 조공을 바치거나 눈치 보기가 여념 없었다. 그러나 고구려는 달랐다. 한마디로 가시 같은 존재였다. 참다못한 당태종은 15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 정벌에 나선다.

이때 고구려는 보장왕 4년(645년)이었다. 먼 길을 나선 당 태종은 속전속결을 전략으로 삼았다. 고구려성을 하나씩 점령해 나가던 당군은 안시성(현재 요녕성 개평부)에서 제동이 걸렸다. 성주 양만춘(梁萬春)은 백성들과 똘똘 뭉쳐 성을 지켜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 태종은 50만 인부를 동원해 안시성과 같은 높이의 성을 쌓고 공략 하기위해 불철주야 전투를 벌였으나 함락되지 않았다. 어느 날 답답함과 초조함에 순시에 나선 당태종은 안시성에서 날아온 화살로 눈알이 빠져버렸다. 그때 당태종은 이렇게 외쳤다. “저것(안시성)이 무엇 이란 말인가? 저것이 내 눈알보다 더 중요 하단 말 인가?”라며 즉시 철군명령을 내리게 된다.

철수하면서 당태종은 안시성 성주에게 잘 싸웠다며 비단 100필을 전달했다는 고사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아울러 당태종은 유언으로 “절대 고구려를 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어쨌든 당나라 태종은 애꾸눈이 된 뒤 에야 고구려의 침공을 뒤늦게 접게 되고 철수에 나섰다 숨을 거둔다. 만약 당 태종이 고구려를 침공치 않았다면 그는 애꾸눈이 되지는 않았고 일찍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속국으로 만들기 위해 예부터 무던히 애써왔다. 수나라 때도 100만 대군을 몰고 왔다 살수에서 을지문덕에게 전멸하는 패전을 치르기도 했다.

중국은 동으로의 진출을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언젠 야욕이 멈출지 수수께끼다. 올 봄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의 성을 만리장성에 포함시켜 발표하더니 최근에는 고구려산성인 용담산성(龍潭山·지린성 지린(吉林)시 일대를 역사 왜곡 물로 가득 찬 국가공원으로 조성 중이다. 이곳은 부여(夫餘)·고구려·발해가 있던 지역으로 한국고대사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인데도 ‘중국 것’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시작 오는 10월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만도 2억 위안 (약 370억 원)에 달하며 공사항목 만 20여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발해왕 대조영(大祚榮·재위 699~719))이 당나라 사신들에게 무릎을 꿇은 채 당 헌종의 조서를 받는 모형 동상도 포함되어 있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중앙(CC)TV 다큐멘터리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을 통해 같은 모습의 역사 왜곡물을 방영해 우리 정부가 항의했지만 중국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고 외딴 섬을 자기 땅이라고 억지를 부려 일본 필리핀 등과 마찰을 빚는 이유도 같은 이유다.

중국은 대국이라는 위상을 아랑곳 하지 않고 이웃나라를 자기나라 속국으로 편입하려는 수법을 수 천 년째 이어 오고 있다. 티벳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의 동북진출에는 변함이 없다. 한 때는 세계빈국으로 치부 받던 중국이 철의 장막에서 잠을 깨어난 것은 불과 수십 년 전부터다. 주은래의 개혁개방정책이 이제야 결실을 맺어 세계의 용으로 거듭나고 있고 이젠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부자나라가 됐다. 서울 유명 백화점과 유통업체들이 중국 관광객들을 위해 위안화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주도를 비롯한 관광지마다 중국인들을 유치키 위해 여념이 없다. 인천 송도 개발지역과 영종도 개발 특구에도 중국인을 겨냥한 대형 카지노와 위락시설을 만들어 보려는 것도 외화벌이 때문이다.

세상은 경제가 주도권을 잡아 나가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으로 나아질수록 한반도의 압박은 조금씩 더 조여 올 것이 확실하다. 중국이 바위를 팔아 돈을 챙긴다면 우리는 바위를 쪼개 보석으로 만들어 이득을 남겨야 한다. 첨단과학 소재를 개발하고 전자나 IT산업을 육성해 살아남아야 한다. 한 때 우리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 기대였고 값싼 농산물로 급함 불을 껐다. 이젠 중국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경제규모와 세계 영향력에서 주도권을 잡아 나가고 있다. 역사를 조작외곡 하는 것도 여유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조상의 유적지와 유산으로 돈을 끌어 모아 재미를 본 중국이 무슨 또 다른 역사조작을 벌일지 알 수 없다. 이 같은 일을 대비해 우리는 확실한 증거자료와 논리로 억지를 막아 내야한다. 중국의 억지 역사조작을 바로 잡는 것은 대한민국이 하루빨리 경제대국이 되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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