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가 점점 더 사라지고 절박한 상황 이른 사회세태 반영
모쪼록 우리 사회가 다시 힘을 내 건강하고 웃음 가득한 사회되길

‘웰빙(wellbeing)’ 열풍에 이어 ‘힐링(healing)’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는 ‘힐링’을 제목에 사용하며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함께 듣고 이에 공감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해 화제를 몰고 있다.
우리지역 야구팀에서 활약 중인 박찬호 투수는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 성적이 저조한 좌절의 시간을 명상을 통해 극복했다고 고백했고, 인기 탤런트 고소영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불교의 절 동작을 응용한 ‘절 체조’를 소개하기도 했다.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 모두를 추구하며 나아가 이 둘의 조화를 꾀하는 삶을 뜻하는 웰빙은 선진국에서 시작돼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 사회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먹고 입고 잠자는 것을 비롯한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웰빙은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하나의 기준이 됐다. 홈쇼핑은 물론이고 생활과 관련된 TV 프로그램, 신문과 잡지 등 모든 미디어에 ‘웰빙’이란 단어가 빠지는 날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한민국의 라이프스타일은 빠른 속도로 ‘웰빙’에서 ‘힐링’으로 전환되고 있다. 힐링의 ‘치유’라는 뜻처럼 사람들은 자연에서의 휴식, 명상, 상담 등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거나 나아가 과거로부터의 좋지 않은 기억이나 습관 들을 해소하는 과정을 통해 심신의 건강을 추구하고 있다.
웰빙이 생활습관 형성 등의 지속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면 힐링은 이벤트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둘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 불고 있는 ‘웰빙’과 ‘힐링’ 바람은 그러나 그 원조격인 선진국의 그것과는 다른 기원을 갖고 있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웰빙 흐름이 물질적인 풍요를 바탕으로 과도한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 경향을 벗어나 생활의 여유와 정신적인 행복, 나와 남을 함께 생각하는 화목한 공동체를 추구하는 노력의 산물이었다면 우리나라에서의 웰빙 흐름은 경제 성장보다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의 도피적인 성격이 강한 일종의 ‘변종 웰빙’으로 발전해 왔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속돼온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잠재성장률 하락은 부동산 경기침체, 고령화 등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연상케 하며 어느덧 국민들에게 ‘요새 경기가 안 좋아서’란 말과 함께 익숙한 생활환경이 되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이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인 위기감이 일상화 되면서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여유와 편안함을 갈구하게 되었고, 이것이 소비트렌드로 이어져 웰빙이 생활양식의 전면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힐링문화가 그 뒤를 이었다.

힐링의 부상은 어찌 보면 대한민국 웰빙 바람의 어두운 단상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는 세태라 할 수 있다.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야만 생활양식으로 정착될 수 있는 웰빙보다는 빠르고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힐링이 인기를 끄는 것은 예전에 비해 더욱 더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다는 것을 뜻하며 복지 현장에서의 긴급구호처럼 우리사회가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유명한 불교 용어처럼 모든 일의 결과는 마음먹기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국사회에서 불고 있는 ‘웰빙’과 ‘힐링’ 바람은 그 시작에 있어서는 갑갑한 현실에서의 도피 차원이었을지 몰라도 건강한 심신의 회복을 통해 다시 한 번 일어서려는 노력의 산물로 이해한다면 그 의미 또한 남다르다 할 수 있다.
모쪼록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힐링’을 마치고 다시 힘을 내 나아가 모두가 함께 웃으면서 ‘웰빙’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원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