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섭 배재대 대학일자리플러스본부 팀장

[금강일보] 오래 전부터 취업과 관련해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인식이 하나 있다. 바로 ‘첫 직장이 중요하다’이다. 취업대상자나 부모들은 이 불문율에 맞춰 매우 신중하게 첫 직장을 찾는다. 본인들만의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그에 부합되는 직장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보통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직장에서 흔히 알려진 업무를 하길 원한다. 이 같은 인식은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 아직도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를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 잡코리아와 알바몬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정년퇴직 시기가 평균 51.7세로 나타났다. 흔히 알고 있는 정년 60세보다 무려 8년 이상 크게 앞당겨진 것이다. 대기업 직장인이 49.5세로 가장 빠르고, 공기업 및 공공기관이 53.8세이다. 정년퇴직 시기가 빨라지면서 경제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재취업은 필수가 되고 있다. 통상 두 번째 직업의 은퇴 시점은 첫 번째보다 빨라질 수밖에 없고, 100세 시대를 감안한다면 제3의 직업도 준비해야 한다.

첫 번째 직장에서 은퇴한 지인들을 만나보면 자주 접한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생활해 왔는데, 막상 나와 보니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아직 열정이나 체력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는 데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경력과 노하우를 활용하고 싶은데 시간만 죽이면서 지내자니 무기력해지고 주변 눈치만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통 사무직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첫 직장을 택할 당시에는 기술직이나 현장직에 대해 경시하던 풍조 때문에 그 분야로의 진출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좀 더 신중하게 찾아야 했다고 말한다. 또한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이제는 경제적 활동을 위한 취업이 평생 직장개념이 아니라 직업개념으로, 직업선택의 기준을 전 생애주기에 걸친 직무중심으로 준비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대상자들은 평균 73세까지 일하기를 원했다. 일하고 싶어 하는 기간이 확실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제2, 3의 직업에 안정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첫 직업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테두리 내에서 찾을 때 현실적이다. 그만큼 첫 번째 직업을 어떻게 찾아 필요한 경력을 쌓느냐가 중요해졌다.

당장의 근무여건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인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첫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첫 직업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쌓으면서 확장성 있는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탐구를 지속해서 병행해야 나간다면 얼마든지 제2, 3의 직업 찾기와 능력 발휘가 가능할 것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