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방치·훼손 등 지적에
장소 이동 등 대책 내놨지만
문화재 활용 방안 미흡 제기

11일 엑스포 과학공원 대전통일관에 베를린 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방치 논란이 일자 자리를 옮겨 왔는데, 문화유산의 가치에 비해 문화·관광·체험 자산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엑스포 과학공원 대전통일관에 베를린 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방치 논란이 일자 자리를 옮겨 왔는데, 문화유산의 가치에 비해 문화·관광·체험 자산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강일보 신성재 기자] 분단의 역사를 간직한 채 30년 전 파편화된 독일 베를린 장벽의 유산이 엑스포과학공원 대전통일관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은 과거 엑스포과학공원 한구석에 흉물처럼 방치됐는데 문화재의 상징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몇 년전 통일관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여전히 홍보를 비롯해 문화재 활용에 있어 일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동족상잔을 비극을 겪으며 반세기 넘게 분단국가로 있는 만큼 ‘베를린 장벽’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살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엑스포 과학공원 대전통일관에 베를린 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방치 논란이 일자 자리를 옮겨 왔는데, 문화유산의 가치에 비해 문화·관광·체험 자산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엑스포 과학공원 대전통일관에 베를린 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방치 논란이 일자 자리를 옮겨 왔는데, 문화유산의 가치에 비해 문화·관광·체험 자산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서 독일을 가른 냉전의 상징물로 평가되는 베를린 장벽은 1961년 동독이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는 사람들과 동독 마르크(화폐) 유출을 막기 위해 건설됐는데 전체 길이는 154㎞다.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5000여 명이 벽을 넘어 탈출을 시도하다 200여 명이 사살되는 참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 붕괴에 이어 독일 통일이 추진되면서 1989년 11월 9일 망치와 드릴을 든 군중들에 의해 철거됐다. 잔해는 인류 평화와 공존을 기리기 위해 전세계로 흩어졌고 이 중 일부가 대전엑스포로 옮겨져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대전엑스포) 때 일반에게 공개됐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은 이후 이곳 저곳 자리를 옮겨다니다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관람객에 의해 낙서로 얼룩지며 비·바람을 맞아 훼손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이어지자 대전엑스포를 운영·관리하고 있는 대전관광공사는 엑스포과학공원 대전통일관으로 베를린 장벽을 이동시켰다.

대전관광공사 관계자는 “비·바람이 맞지 않는 곳으로 장소를 이동시켰다. 베를린 장벽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전시민에게 베를린 장벽의 존재감은 미미한데 장벽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하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과거 베를린 장벽 앞엔 안내판이 설치됐지만 이마저 사라져 언뜻 보기엔 흉물로 비쳐질 수 있다. 더욱이 접근을 막는 펜스가 설치됐다곤 하나 손을 뻗으면 손쉽게 닿을 수 있어 고의적인 훼손을 원천 차단하기도 어렵다.

11일 엑스포 과학공원 대전통일관에 베를린 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방치 논란이 일자 자리를 옮겨 왔는데, 문화유산의 가치에 비해 문화·관광·체험 자산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엑스포 과학공원 대전통일관에 베를린 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방치 논란이 일자 자리를 옮겨 왔는데, 문화유산의 가치에 비해 문화·관광·체험 자산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통일관 인근을 지나던 대학생 A(23) 씨는 “베를린 장벽이 대전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멀리서 보면 현대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돌덩어리 같다. 낙서가 많아 자칫하면 더 훼손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만큼 베를린 장벽을 분단 역사의 기억물이자 평화의 상징으로 보존하고 문화·관광·체험 자산으로 널리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11일 엑스포과학공원 대전통일관에 베를린 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방치 논란이 일자 자리를 옮겨 왔는데, 문화유산의 가치에 비해 문화·관광·체험 자산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엑스포과학공원 대전통일관에 베를린 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방치 논란이 일자 자리를 옮겨 왔는데, 문화유산의 가치에 비해 문화·관광·체험 자산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희 목원대 교수는 “공공의 영역에서 베를린 장벽을 관리하고 있다는 건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등 미흡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문화유산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민간단체들과 협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글·사진=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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