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해외 실험동물 사육장비에
마이스터 정신으로 국산화 작업
자타공인하는 저비용 고효율 제품

▲ ㈜쓰리시안 박천귀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불굴의 마이스터(Meister) 정신으로 무장한 한 기업이 실험동물 사육장비·시설 분야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30여 년 전 자신을 마이스터 혹은 장인(匠人)이라고 자부하던 30대 청년의 우연한 발견과 제품 개발에 대한 열정이 생명공학(BIOTECHNOLOGY. BT) 산업 시대와 만나며 한 기업이 탄생했는데, 해당 기업은 실험동물 사육장비·시설의 국산화 성공과 더불어 현재 해외 제품과 비교해 저비용·고효율의 제품을 생산, 국내 BT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다소 과장된 것처럼만 들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박천귀(66) 대표와 ㈜쓰리샤인이다. 여전히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박 대표로부터 쓰리샤인과 그의 마이스터 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 사하라에서 빛난 마이스터 정신
“자동차공학과를 나오고 대우에 취직하면서 사하라 사막으로 날아 갔습니다. 군 시절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 모두 만져본 경험 덕분이죠. 저는 이곳에서도 제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했죠.”

300대 1의 경쟁. 박 대표는 이 경쟁을 뚫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 인근 사하라 사막의 대우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게 군 시절 경험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군에서 자동차 정비병으로 근무했는데, 가솔린·디자동차 정비와 더불어 판금·도색까지 할 수 있도록 혹독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군을 제대하고 6개월 만에 사하라 사막에 위치한 대우 자동차 정비업소에 취직하기 위해 정비시험을 치렀는데, 경쟁률이 상당했다. 그러나 당시 정비시험에서 나온 차량은 미국의 휘발유 트랙터였고, 당연히 중장기니까 디젤로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 다른 수험생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박 대표는 능숙하게 정비시험을 마쳤고, 얼마 후 그에게 합격통지서와 함께 사하라 사막으로 향하는 여권이 날아온다.

사하라 사막의 대우 자동차 정비 업소에서도 그는 꽤 유명한 정비 기술자였다고 회고한다. 사하라 사막의 모래폭풍 속에서 수많은 차량들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곤 했는데, 신입 정비기술자였던 그는 고장 난 차량을 수리하고 정비하기보다, 자동차가 고장나기 전에 정비하고 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신념하에 상사에 건의했고, 이 결과 자동차 고장률이 확 낮아졌다는 게 그의 술회다. 이곳에서 그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어록으로 유명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만났는데, 그의 기업가 정신에 영감을 많이 받았지만 자신을 마이스터라고 말하며 김 전 회장과 차별화한다.

“그분의 기업가 정신에 많은 감명을 받았어요. 24시간 일하는 모습, 정말 대단해보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술로 승부하는 마이스터입니다.”
 

㈜쓰리시안 박천귀 대표가 미소를 띠고 있다.
㈜쓰리시안 박천귀 대표가 미소를 띠고 있다.

#. 박 대표, 자신만의 길을 찾다
“이 기업을 창업하기까지 정말 우연의 연속이었어요.”

1986년 귀국한 박 대표는 서울 을지로3가에서 한 광고업체를 창업한다. 자동차 정비는 물론 건축도면을 그리고 디자인하는 능력까지 갖춘 그였기에 이 분야에서도 성공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창 기업을 신나게 운영하던 중,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이 온다. 88올림픽 당시 초등학교를 선수들이 치료받는 병원으로 개조해야했는데, 이 일을 맡은 건설업체에게는 1986년 아시안게임 당시 디자인업체를 잘못 선정했다가 당한 뼈아픈 기억이 있었다.

결국 새로운 업체를 물색 중이었는데, 그러던 중 건설업체 사장의 지인이 주말에도 매일 나와 성실하게 일하던 박 대표를 눈여겨보다가 추천하게 됐고, 결국 그는 올림픽 병원 디자인을 맡게 된다. 현장에 직접 나간 박 대표는 건축도면에 맡도록 디자인도면을 그렸고, 그는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게 된다. 결국 광고·디자인·간판 업계에서 인정을 받은 박 대표는 승승장구했는데, 그에게 한가지 의뢰가 들어온다. 바로 실험동물 사육장비·시설 제작이었다.

“실험동물 사육장비·시설은 무균함이어야 했는데 아크릴이 사용됩니다. 그래서 아크릴을 사용하던 저희 업체에 주문이 들어온거죠. 당시 수입 제품은 고가였고, 저는 제 기술로 이를 따라잡고 국산화시킬 수 자신이 있었습니다.”

#. 마이스터 정신에 충실하라
“기술 선진국에 3년 이상 수출해서 인정받은 제품이면 세계 어디서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만의 가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다른 이들이 인정하고 찾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실험동물 사육장비·시설 분야에서 쓰리샤인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돼지 무균함 제작부터 세계 16개국 수출까지 본궤도에 진입한 지 오래지만, 박 대표의 기술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부를 좇기보다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춰 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자신만의 양식장을 만들면 고객은 알아서 들어온다는 게 그의 기업철학, 아니 마이스터 정신이다.

자신만의 기술로 양식장을 만들면 작은 물고기들이 이 안으로 들어오는데, 물고기들이 자라 커다란 물고기로 자라면 빠져나가지 못한다. 박 대표가 말하는 평생고객이다. 그는 청년들에게 자신만의 기술을 창출하기 위해 주인의식과 창의성 함양하라고 조언한다.

“남이 하는 일을 따라하지 마시고, 자신만의 길을 찾으세요. 그리고 고객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십시오. 영업은 고객이 합니다.”

글·사진=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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