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구간 리와인드

9월을 앞뒀다. 여름도 한걸음 물러선 듯하다. 강렬한 태양이 두려워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지금이 기회다. 아직은 야외활동 시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시기지만 생명력을 품은 초목을 바라보고 우거진 나무 밑에 서서 대청호를 바라보면 더위가 가신다. 여름의 푸른 대청호가 선사하는 명소들을 톺아본다.

 

대청댐물문화관 산책로
대청댐물문화관 산책로

 

◆ 1구간 : 길의 시작, 두메마을길

짓궂은 장마를 버틴 대청댐이 든든히 버티고 있는 곳 그 옆에는 1구간의 시작점인 대청댐물문화관이 있다. 문화관 뒤편에 정갈히 마련된 산책로 초입에서 대청호를 왼편에 끼고 길을 따라 2㎞ 정도 걸어가면 로하스캠핑장 풋살장이 나온다. 풋살장에 도달할 쯤 사진찍기 좋은 곳이 나온다. 커다란 나무 아래 아담한 벤치가 놓여있다. 땀을 식히며 대청호를 바라보도록 하자. 발걸음을 옮겨 터널같은 숲길을 빠져나오면 이곳을 만나게 되는데 넓게 펼쳐진 대청호가 이색적이다. 특별한 구조물이 있는 곳은 아니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 둘레길 트레킹객이 아니더라도 간간이 사람들이 차를 세워두고 이곳을 방문하곤 한다. 미리 여유가 있다면 근처 로하스캠핑장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소소한 추억을 남겨도 좋다. 로하스캠핑장은 가족과 친구 단위로 몰려온 이들이 각기각색의 모습으로 ‘힐링’을 하는 곳이다. 캠핑장을 지나 옆에 솟아있는 지명산(157m)에 올라가 호반길을 돌아 나온 뒤 보조여수로를 건너면 삼정동 마을이 나온다. 산비탈을 따라 들어선 집들이 고즈넉한 느낌을 들게 한다.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위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면 웬만한 전망대가 안 부러울 정도의 전경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사람 사는 멋이 묻어나는 마을을 지나 좋은 기운을 얻어가자.

 

찬샘마을 전경.
찬샘마을 전경.

◆ 2구간 : 정이 샘솟는 찬샘마을길
2구간의 시작점인 이현동에는 거대한 억대습지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의 규모는 1만 2116㎡. 억새와 노랑꽃창포, 삼백초, 수련 등 수생식물 군락이 조성돼 있고 버드나무 군락은 대청호와 접해 있는 형세다.
이현동 억새습지에서 호반길을 따라 2㎞ 정도를 걸어가면 찬샘마을이 나온다. 2구간에 사실상 유일하게 존재하는 마을이다. 마을에 가기까지 산비탈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걸어가는 데는 무리가 없다. 마을 지근에 도달하면 데크길이 대청호 위를 가로지른다. 높은 데크길에서 대청호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곳을 지나 찬샘마을에 진입, 부수동 전망좋은 곳으로 향한다. 찬샘마을 초입에서 왼편으로 난 임도를 따라가면 된다. 길을 걸어가다 왼편을 보면, 호수 너머 아까 지나쳐온 이현마을이 추억처럼 자리잡고 있다. 임도 주변에는 차를 세울 수 있는 공터도 있어 가족과 함께 간단한 소풍을 즐길 수 있다. 목적지인 전망 좋은 곳은 임도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이 아쉽다면 왼편 호숫가 쪽으로 200m 정도를 들어가면 나오는 곳이다. 대청호 바로 앞까지 걸어가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전망 좋은 곳에 도달해 땀을 식힌 뒤 성치산 봉우리에 있는 성치산성의 흔적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대전시기념물 29호인 성치산성은 삼국시대에 쌓은 성으로, 백제와 신라가 치열한 교전을 벌였던 역사가 묻어있다. 근처엔 또다른 백제의 성, 노고산성도 있다. 찬샘정 앞에 위치한 등산로를 따라 노고산성으로 올라갈 수 있다. 노고산성(대전시기념물 제19호)은 동구 직동 뒷산인 노고산(250m) 정상부에 있는 산성이다. 높지는 않으나 산등성이를 따라가면 등산 거리가 꽤 길다. 산에서 내려와 다시 길을 나와 임도를 따라 이동하다보면 대청호 풍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찬샘정이 나타난다. 다시 길을 돌아 한 시간 정도를 걸어가면 2구간 마지막 지점인 냉천종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근장골 전망대서 본 호수
근장골 전망대서 본 호수

 

◆ 3구간 : 충청의 인심 깃든 호반열녀길
3구간의 시작인 냉천골정류장에서 발걸음을 뗀다. 마산동산성 방면으로 가기 전 왼편에 조그맣게 부설돼 있는 임도를 따라 들어가면 근장골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 본 대청호는 다도해를 연상케 한다. 초여름을 맞은 푸른 초목의 색감이 보는 이의 눈을 놀라게 한다. 다시 정신을 추스르고 다시 임도를 거슬러 나와 마산동산성 방면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러던 중 마산동산성 표지판이 보이는 곳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푸른 대청호가 펼쳐진다. 냉천골 삼거리에서 왼쪽길로 접어들어 20분을 들어가면 관동묘려를 만날 수 있다. 관동묘려를 둘러본 뒤 돌아나오는 길, 대전 최초의 사회복지시설인 미륵원도 둘러 볼 수 있다. 미륵원을 나와 냉천길 삼거리를 지나 윗말뫼(더리스)에 도착하기 전 탁 트인 대청호의 광경을 목도할 수 있는 마산동 전망대에 들르는 것도 좋다. 근장골 전망대가 높은 시야로 대청호를 바라본다면 마산동 전망대는 갈수기라면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망대 앞 호수 한 가운데 위치한 명상정원의 뜬섬, 그 뒤로 보이는 병풍 같은 산맥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땀을 식히며 전망대 근처 호반에 시민들이 쌓아놓은 돌탑 위에 돌을 올리며 간단하게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다. 전망대 코스를 한바퀴 돈 뒤 더리스에 도착하면 3구간은 끝난다.

 

4구간 명소 슬픈연가 촬영지.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 모래톱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4구간 명소 슬픈연가 촬영지.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 모래톱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 4구간 : 사색하기 좋은 호반낭만길
4구간 호반낭만길은 명상공원과 대청호 자연생태관, 추동습지공원, 신상교까지 무려 12.5㎞에 달하는 장거리 코스다. 완주까지 6시간이 걸린다. 4구간의 시작은 윗말뫼 주차장부터다. 이곳의 갈대밭을 따라 조성된 ‘무장애’ 수변탐방로에 접어든 뒤 10분 정도를 걸으면 명상정원 주차장에 당도한다. 이후 야트막한 전망데크에 큼지막하게 박힌 ‘대청호오백리길’ 표지판 옆 듬직하게 자란 나무가 오는 이들을 소박하게 품어준다. 이곳을 지나면 비로소 수몰민들의 옛 추억을 기리는 물속마을 정원과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로 유명한 명상정원에 도착한다. 두 정원이 조성된 지역은 지난 1980년 대청호 완공으로 수몰된 86개 지역 중 한 곳이 있던 곳이다. 물에 잠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옛 담장, 정자, 장독대 등 전통 조형물을 배치해 수몰민들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방영된 드라마 ‘슬픈 연가’를 비롯해 ‘역린’ 등의 촬영지로 쓰였던 곳인 만큼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여럿 존재한다. 지인들과 함께 정원을 산책하며 힐링하도록 하자. 명상공원에서 돌아나와 1㎞ 정도를 더 내려가면 추동 취수탑이 보이는 산길로 들어선다. 한적한 들길을 약 10분정도 걸어가는 코스다. 취수탑 근처 산책길을 지나면 국화축제가 열리는 가을이라는 뜻이 담겨진 가래울마을(추동)이 나온다. 다시 이곳에서 황새바위와 연꽃마을을 지나면 대청호를 가로지르는 오리골 제방이 나온다. 현재는 수위가 올라 물속에 잠긴 상태지만 제방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적잖은 위용을 보여준다.

 

오동선벚꽃길 가는길.
오동선벚꽃길 가는길.

◆ 5구간 : 비경을 품은 백골산성낭만길
신상교를 지나 도착할 수 있는 흥진마을, 이곳에 있는 갈대밭 추억길은 대청호 수변을 끼고 갈대·억새숲길을 지나 돌아오는 약 3.1㎞의 둘레길로 구성됐다. 여름을 버티며 푸른 옷을 입고 키를 키우고 있는 억새들이 청량감을 준다. 둘레길을 돌아나온 뒤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을 거닐어보자. 푸른잎을 피운 벚나무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길을 따라가다보면 백골산성 전망대로 갈 수 있다. 백골산성은 300m 높이의 백골산에 쌓은 성인데 지금은 흔적만 겨우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산의 높이 높이인 만큼 산을 오르는 동안 흘렸던 땀을 절경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이다. 단, 체력이 부족하다면 올라가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백골산성을 지나 다시 데크길을 따라 방축골로 향한다. 방축골 진입로엔 닭볶음탕과 민물매운탕 등을 파는 맛집이 있으니 잠시 배를 채우는 것도 좋다. 방축골에 들어서면 대청호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카페가 있으니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즐긴 뒤 움직이도록 하자. 휴식을 즐긴 뒤 다시 길을 되돌아 571번 도로를 따라 방아실 삼거리(와정 삼거리)에 도착하면 5구간의 끝에 도착한다.

글·사진=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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