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기준 세종 전세 하락률 전국 1위 대전 4위
대출이자 부담 증가 등 반전세, 월세 수요 급증

주택 매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셋값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극심한 거래절벽에 집주인들이 매매를 전세로 돌려 전세매물은 쌓이는 반면, 대출이자 부담 증가로 반전세·월세로 수요가 몰려 수급 불균형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에 2년 전 아파트 가격이 최고조에 달했던 대전과 세종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2년 전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계약 당시와 현재 아파트가격이 수억 원씩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4일 부동산 R114 렙스 조사에 따르면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말 대비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1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세종, 인천은 각각 6.25%, 3.93% 감소했다. 이어 대구 -3.24%, 대전 -2.83% 순이었다. 대전과 세종의 전세가격 하락률이 전국 최상위권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대전 서구 도안동의 새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2년 전과 비교해보면 떨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도안동의 현대아이파크 84㎡평형의 경우 3억~4억 7000만 원에 전세가격이 신고됐다. 그러나 이달 1일 2억 9000만 원에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지난 7월부터 17일 현재까지 13건의 거래 중 최고가는 3억 7000만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억 원 가량 하락했다. 또 13건 중 5건이 월세 계약으로 이뤄졌다.

또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역전세난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에 위치한 천안불당지웰푸르지오 집주인이 전용면적 84㎡ 아파트(전세가격 4억 5000만 원)의 세입자를 구하면서 샤넬백을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제품의 정가는 1335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용면적 84㎡의 이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3억 8000만~5억 원 사이로 형성돼 있어 이를 두고 차라리 전세가격을 내리는 게 낫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전 도안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둔산동과 같은 구옥들의 경우 다를 수 있지만, 도안동과 같은 신도시에서는 역전세난이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대전만이 아니라 인근 지역인 세종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새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역전세로 계약하는 상담도 다수 있었다”며 “특히 세입자들의 경우 월세에 대한 문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보니 이자보다 낮은 월세를 찾는 실거주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역전세난이란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을 뜻한다. 넓게는 전세 수요자가 줄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키기도 한다.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와는 다르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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