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반영, 외부투자는 물 건너갔다”
車·반도체·건설 등 산업전반서 위기감 고조

레고랜드 / 연합
레고랜드 / 연합

<속보>=강원지사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이 휘청이면서 충청권 협력업체에도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본보 10월 31일자 4면 보도>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발행한 2050억 원의 채권에 대해 12월 15일까지 상환하겠다고 뒤늦게 밝혔으나 한번 흔들린 채권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시일이 걸리고 있다. 지자체도 신용을 보증할 수 없다는 위기가 한전 등 AAA 등급 공사채와 대·중견기업의 회사채까지 옮겨가서다. 그나마 충청권 각 지자체가 지방채 축소와 미발행, 사업비 삭감을 통해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이 위안이다.

일단 보험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이달 초 5억 달러짜리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을 포기했고, DB생명보험도 300억 원 조기상환을 연기했다. 이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조달 비용이 비싸져 기존 조건에 따라 조기상환보다 연장하는 게 실익이 컸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채권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신뢰가 약화해 기업의 해외채권발행이 위축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정부가 100조 원 규모의 유동성 조치와 함께 회사채 등 채권발행 시기를 분산하기로 했으나 우량기업의 흑자도산 사태를 막기 위해 회생이 불가능한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전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자금난이 심상치 않다. 이렇게 되면 고물가로 인한 원자잿값 부담을 계속해서 중소기업이 짊어질 수밖에 없고 외부투자도 받기 어려워진다. 혹여 도산기업이라도 나오면 납품량 저하로 연쇄 부도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긴장했다.

충청권 제조업의 선두산업인 자동차업계는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카드·캐피탈사들이 할부금융 서비스를 줄이고 있어서다. 이들의 구매지원 없이는 신차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고 부품업체들의 납품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현대차가 유동성관리 차원에서 올해 투자 계획을 연초 9조 2000억 원에서 8조 90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자동차업계 경기를 위축하고 있다.

반도체업계도 위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4조 3000억 원 규모의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M17) 증설 투자를 보류했다. 사측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투자 축소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건설업계는 가히 심각하다. 앞서, 올해 시공능력평가 202위(충남지역 6위)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이 지난 9월 말 납부기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처리됐듯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레고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유동성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A 중견건설사의 경우 회사채가 연 60%대에 진입됐다. 금리가 높을수록 수요가 없어 헐값에 팔리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중견건설사가 도산하면 충청권 건설자재와 중소시공업체들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충남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강원도지사의 말 한 마디로 전 산업이 위기를 겪는다는 게 참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중소업체가 많은 지방이 가장 큰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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