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영정 등 교체 신청 반려
문체부 “복식 고증 등 신중해야”

장우성 화백이 그린 충무공 이순신 표준영정. 현충사 제공
장우성 화백이 그린 충무공 이순신 표준영정. 현충사 제공

<속보>=문화체육관광부가 친일 의혹 인사가 그린 표준영정 교체 여부를 선뜻 결론 내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가 논란이 된 표준영정을 교체하면 한국은행은 화폐 도안을 바꾸려 했지만 결정이 미뤄지며 동력을 잃는 분위기다. <본보 2020년 10월 8일자 1면 등 보도>

친일 논란에 휩싸인 작가들에 의해 그려진 표준영정의 조속한 지정 해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올해도 여지없이 나왔다. 정부표준영정 제도는 문체부 영정·동상심의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문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73년 충무공 이순신 표준영정을 시작으로 2021년 단종 영정까지 모두 98점이 지정돼 있다. 그중 장우성의 충무공 표준영정은 100원, 김은호가 그린 이이와 신사임당 표준영정은 5000원·5만 원권, 김기창의 세종대왕 표준영정은 1만 원권에 사용되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은 각각 대통령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간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친일 인사로 등재돼 있다.

친일 인사가 그린 화폐 도안이 논란이 되자 한은은 지난 2020년 이들 화가가 그린 표준영정이 지정 해제되면 은행권 교체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죽헌이 소장 중인 율곡 이이·신사임당 표준영정, 세종대왕유적관리소가 관리 중인 세종대왕 표준영정과 달리 현충사는 봉안 중인 충무공 표준영정의 경우 더욱 그렇다.

작가의 친일 논란과 맞물려 복식 고증 오류 등의 문제가 제기돼 2010년, 2019년에 이어 2020년 다시 지정 해제를 신청했지만 2년째 문체부 답변만 기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표준영정 저작권을 가진 친일화가 후손들에게 화폐 영정 등 사용료가 지급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친일 청산을 위해 표준영정 지정 해제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표준영정 지정 해제는 여러 쟁점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상징성, 작가의 친일 논란, 복식 문제 등 다양한 부분이 있어서 전체 위원회, 소위원회 등으로 나눠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단순하게 기술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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