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집적 소비효과·광고판 유치 등 파급효과 커
대전시금고 안정화↑, 시금융연계사업 활발 예고
아시아챔스리그 진출로 동남아 금융 점유 포석도

▲ K리그 1부 승격을 확정지은 지난달 29일 함영주 대전하나시티즌 구단주 겸 하나금융그룹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이 선수단 및 그룹 관계자들과 K리그 1부 승격을 축하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모기업 하나금융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토대로 대전하나시티즌이 8년 만에 ‘2023 K리그1’ 승격에 성공했다. 축구명문도시 부흥을 통해 대전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또 ‘AFC 진출로 동남아시아 금융점유’라는 인수 목적이 달성될 시 하나은행이 운영 중인 대전시금고, 시금융연계사업 등에도 안정화 효과가 더해질 전망이다.

#. 계획된 성과

대전하나시티즌은 지난달 29일 개최된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김천상무를 상대로 4-0 승리를 거두며 ‘2023 K리그1’ 시즌에 참가할 12개 구단에 진입했다. 무려 8년 만에 승격이라서 시티즌 팬들은 뜨거운 눈물을 터트렸다. 이에 함영주 구단주(하나금융그룹 회장)는 “대전하나시티즌의 승격을 향한 강한 의지와 열정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구단으로의 성장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대전시티즌은 지난 1997년 대전·충남 연고기업인 계룡건설·동아건설·동양백화점·충청은행의 컨소시엄 형태로 기업구단으로 창단됐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시점에 맞춰 전국적인 창단 열기의 일환이었다. 다만 이듬해 IMF 경제위기로 동아건설·동양백화점·충청은행이 파산하는 시련을 겪었고, 2006년에는 재정적 한계로 계룡건설이 구단을 대전시에 매각하면서 시민구단으로 전환됐다. 결국 2013년 K리그1에서 강등되는 기나긴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2020년 대전환이 이뤄졌다. 하나금융그룹이 구단을 인수하면서 다시 기업구단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때부터 ‘대전하나시티즌’이라는 새 역사가 시작됐다.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은 K리그를 오랜 기간 후원해온 데다가 1998년 6월 충청은행을 인수해 명실상부 충청권과 깊은 연고가 있어 시티즌 팬들이 지지를 한몸에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2월 함 회장이 구단주로 취임 후 지원이 한층 강화됐다. 2부리그 구단으로서는 흔치 않게 ‘브라질 특급’ 미드필더 윌리안, 공격수 카이저를 영입했고, 국가대표 미드필더 주세종을 여름이적시장에서 임대영업하며 1부리그를 위한 돛을 띄웠다. 그 결과 8년 만에 ‘2023 K리그1’ 승격에 성공해 축구도시 부흥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 경제파급효과 상당

대전하나시티즌은 시민구단 시절, 연간 100억 원에 이르는 대전시티즌 운영비 중 자체 수입은 20억~30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70억~80억 원은 대전시민들의 세금인 대전시 보조금으로 채워졌다. 지난 8년간 성적이 나오지 않은 탓에 적자를 세금으로 메꾸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업구단으로 전환되면서 올해 약 28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한 가운데 대전하나의 선수단 인건비만 87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는 연간 예산이 약 350억 원, 선수단 인건비도 120억 ~130억 원 규모까지 증액될 예정이다. 강태섭 대전MBC스포츠캐스터는 “하나금융그룹의 시티즌 인수 배경에는 대전시금고를 운영하는 위치에서 시와 유대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뜻이 담겨있다. 충청연고의 금융사로서 지역 내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2부리그에서 흔치 않은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고 K리그1 승격을 수확해냈다”고 설명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이 내년부터 K1리그로 승격하면서 막대한 홍보 효과가 예상된다. 앞선 2020년 K리그를 통한 하나은행의 스폰서십 경제 효과는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1224억 원인 가운데 전년 대비 약 47% 증가한 942억 원의 홍보 효과를 누린 전례가 있어서다. 홍보를 통해 하나은행의 예대 수요를 증가하면 지역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지난 8월 예대금리차가 0.87%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는 시중 4대은행 중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서 지역의 가계·기업·지영업계의 저축 효과는 높이고 대출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K1리그로 홍보효과가 커지면 낮은 예대금리차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라며 “스포츠홍보를 통해 수요가 늘어날수록 하나은행이 운영하는 대전시금고와 지역화폐 온통대전의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축구도시 부흥을 통한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2부리그 때 대전하나시티즌의 평균관중은 1945명이었으나 1부리그 시절 역대 최고 관중은 43000여 명에 달해서다. 강 캐스터는 “1부리그는 2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파급효과 가히 크다. 관중집적 효과로 막대한 소비 효과가 뒤따를 것이고, 리그 중계 편성이 늘고 광고판 유치를 통해 대기업과 지역기업들의 스폰서를 통한 경기 활성화 효과도 나타난다”라며 “무형적으로 가져올 지역경제 파급효과까지 따질 경우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동남아시장 점유할수록 시금융도 혜택

하나금융그룹의 시티즌 인수 배경에는 동남아시아 시장 점유를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 동남아시아 10개국은 인구만 6억 7000만 명으로 거대시장이나 ‘이코노미 동남아(E-CONOMY SEA)‘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계좌나 신용카드가 없는 70%로 집계됐다. 특히 2억 7550만 명으로 인구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국내 금융계는 10년 전부터 동남아시장 진출을 통해 해외자산을 늘려가고 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비중은 10년 전 5.2%에서 올해 13%, 베트남은 4.0%에서 11.2%, 캄보디아는 0.4%에서 올해는 7.3%까지 증가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인들은 자국 금융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은행계좌를 보유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다. 이에 국내 시중은행들은 블루오션인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계 은행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는 마케팅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동남아인들이 좋아하는 축구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신한베트남은행은 2018년 고객수가 104만 명이었으나 박항서 감독을 광고모델로 발탁한 지 1년 만에 고객수가 150만 명을 넘어섰다. 하나은행이 아시아인 최초 EPL 득점왕 손흥민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도 동남아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하나은행이 바라보는 것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 축구를 통해 한국계 은행이라는 것을 동남아 시장 전역 알릴 수 있는 최적의 마케팅이기 때문이다”라며 “올해보다 훨씬 더 과감한 선수단 투자와 운영효율화, 육성시스템을 갖춰야 1부 리그 3위 이상에 진입해 AFC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대전하나시티즌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경제파급효과도 뒤따를 것이다. 또 하나금융그룹이 동남아 시장에서 성과를 낼수록 대전시금고 안정성 강화와 함께 지역화폐 온통대전 등의 시금융연계사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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