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안전관리 못한 코레일책임 ‘대대적 개혁’ 예고
철도노조 “근무태만 아냐. 국토부·코레일 책임”
철도학계 “강성노조 밥그릇 챙기기 사고에 영향 미쳐”

사진=국토교통부
사진=국토교통부

반복되는 철도사고로 올해만 4명째 사망하면서 국토부가 안전관리를 못한 코레일에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반면 철도노조는 안전관리 인력을 줄인 정부에 근원적인 책임이 있다며 철도노동자들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다만, 국토부·코레일·철도노조 모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게 철도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또 철도사고…불안감 증폭

지난 6일 저녁 8시 52분,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익산역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영등포역을 앞두고 궤도를 이탈했다. 승객 275명이 탑승한 가운데 30여 명이 부상당했고 20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코레일은 직원 160여 명을 복구 작업에 투입해 이튿날 복구를 마쳤으나 이 사고로 한때 지하철 1호선, KTX 등 25편의 열차가 운행을 중단해야 했다. 특히 용산역과 영등포역에는 모든 열차의 정차가 금지됐다. 이로써 철도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또다시 증폭했다. 앞서 지난 5일 경기 의왕 오봉역에선 화물열차를 연결·분리하던 근로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지 하루 만에 탈선 사고가 발생해서다.

9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영등포역 무궁화호 궤도이탈 사고원인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조위는 “사고 열차가 사고 구간에 진입하기 전 선로 분기부의 텅레일(Tongue Rail, 철도분기기)이 이미 파손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고 열차보다 4분 앞서 해당 구간을 운행한 앞선 열차(KTX)의 폐쇄회로 영상에서는 레일이 파손되지 않아 앞선 열차가 지나가면서 레일 파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텅레일은 분기점에서 길을 바꿀 수 있게 기본 레일에 붙였다 떼었다 하며 열차가 지나갈 선로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에 코레일은 국토교통부의 긴급안전 권고에 따라 특별안전점검에 나서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사고의 원인이었던 전국의 텅레일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사고 가능성이 있는 텅레일을 이달 말까지 즉시 교체키로 했다. 특히 열차운행 횟수가 많은 경부선 서울~금천구청 구간은 비파괴검사 전문기관과 합동으로 선로 내부의 결함까지 레일탐상을 통해 검사할 방침이다.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함께 운행되는 수도권 지역도 특별안전진단하기로 했다. 더불어 분기기의 초음파 탐상작업 의무화(연 2회), 취약개소 점검횟수 강화(연 2→4회), 관리기준 강화(누적중량 6억톤 13년 사용→5억톤 10년 사용) 등의 점검기준을 강화했고 경부선 서울~금천구청 간 선로개량 작업도 2026년서 2025년까지 조기 완료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철도안전에 불암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부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건만 올해만 철도사고로 4명(지난해 1명)이 사망했다. 더불어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올해 첫 사망사고와 관련해 지난 4월 나희승 코레일 사장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공공기관장 첫)했다는 사실이 7개월 뒤에야 알려져 철도안전에 대한 개혁 여론과 함께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3월 14일엔 대전차량사업소 검수고에서 객차 하부와 레일 사이 끼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근로자가 숨졌고 7월 13일 서울 중랑역 승강장에서 배수로를 점검하던 근로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이어 9월 30일 경기 고양시 정발산역에선 스크린도어 부품교체 중이던 근로자가 열차에 부딪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달 14일 숨졌고 지난 5일 경기 의왕 오봉역에선 화물열차를 연결·분리하던 근로자가 열차에 사망했다.

이 중 3번째 사고에 대해선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 8일 코레일 서울본부 사무실과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준수여부를 놓고 고강도 조사가 시작됐다. 이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정면 비판한 지 하루만의 조치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에서 최하 등급 ‘E(아주 미흡)’를 받은 것을 근거로 종합감사를 진행하는 등 대대적인 인사개편과 함께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여년간 열차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2010건이 발생했는데, 해마다 167건의 사고를 겪은 셈이다. 올해 사망자가 나온 사고역에 대해 안전진단을 내린 바 있던 한 철도전문가는 “당시 역 구내 선로가 터널을 앞두고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져 있는 데다가 오른편에 벽이 세워있어서 선로 위 수송원이 열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치일 수 있다는 위험 경고를 내린 바 있다. 그들은 기관사와 오로지 무전기로 수신호하고 있어 당장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라며 “시설개량은 막대한 돈이 드는 데다가 코레일은 이용객이 적은 역사까지 운영해 적자 폭이 큰 만큼 국토부가 시설개량에 대해서는 확실한 지원을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 근본문제 놓고 책임 공방

철도노조는 국토부와 코레일에 모두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오봉역 사망사고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현장인력 부족이 문제였다. 본래 오봉역은 3인 1조로 근무해왔으나 사고 당시 2인 1조로 근무하다 참사를 당했다. 2019년 4조 2교대 전환에 따른 노사공동 직무진단 결과 1865명의 인력 증원이 플요하다는 연구조사가 있었지만, 국토부와 기재부가 이를 묵살해 단 한 명의 인력도 증원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또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사고 후에는 “(2018년 12월 강릉선 KTX 탈선사고 당시) 코레일과 철도공단은 서로 책임 공방을 주고받았다. 결국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철도노동자의 태만이 사고 원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철도노조도 책임을 피해갈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강성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로 인해 사망사고를 키웠다는 주장이 더해져서다. 철도학계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3인으로 일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코레일이 예산의 절반이 넘는 인건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안전도 확보하기 위해 현장인력을 추가하려고 해도 철도노조가 기존 부서인력을 그대로 둔 채 신규 인력을 새로 채용하라고 막아서 왔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도 사망사고에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며 “결국 코레일의 적자난 해결과 정부 지원을 통해 인건비와 시설개량 비용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라고 분석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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