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추모 위해 거리응원전 취소 결정
조별예선경기 밤 10시·자정 시작
번화가·택시업계 ‘침울’, 마트·배달업계 ‘호재’

대전시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2022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열지 않기로 하면서 월드컵 특수가 축소될 전망이다. 조별 예선경기 시간도 밤 10시부터 새벽 시간이라서 엇갈린 특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11일, 오는 24일 밤 10시에 열리는 한국과 우루과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비롯해 28일과 내달 3일 열리는 가나와 포르투갈 경기까지 거리응원전을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는 “이태원 참사로 추모 분위기 속에 경기 시간대와 쌀쌀해진 날씨 등을 고려했다”며 “현재로서 응원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앞선 4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서울광장에서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취소하면서 뒤따랐다.

서울 시내에서 월드컵 거리응원전이 없는 것은 20년 만이며, 충북 청주를 비롯해 대구·경북·경남, 경기도 의왕 등에서도 같은 결정이 나왔다. 대학생 나 모(22·대전 유성구) 씨는 “오랜 코로나19 거리두기를 경험해온 만큼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기다려왔는데 그래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온 국민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조용한 성원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반응했다.

이에 따라 월드컵 특수는 축소될 전망이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때는 은행동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 대전역광장, 대전월드컵경기장 등에서 거리응원전이 열려 인근 상권에 특수를 안겨줬지만, 이번에는 가정이나 일부 외식매장에 모여 응원하는 데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상권발전위원회 관계자는 “대전에서 개최되는 거리응원전은 단순히 대전시민만의 축제가 아니다. 대전 인근 지역민들의 대전관광과 연계되는 측면이 있어 파급효과가 가히 크다”라며 “각 번화가의 외식과 쇼핑매장에서 월드컵 특수가 사라져 다들 침울한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도 “러시아 월드컵도 늦은 저녁과 새벽에 열려 택시 이용객이 증가했는데 거리응원전이 없다 보니 별로 수혜를 보지 못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

마트와 편의점업계 등 소매점들은 방긋 웃는다. 주로 가정에서 응원전이 열리는 만큼 매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물가로 대전소비자심리지수가 올해 2월 101.1포인트에서 지난달 86.3%까지 떨어진 상황이라서 기대가 크다. 배달시장도 특수 준비가 한창이다.

대전 서구의 한 야식식당 운영자는 “가격 인상과 배달료 부담이 겹쳐 요즘 매출이 좋지 않았는데 배달이 부쩍 늘 것 같다.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해서 16강에 안착하면 월드컵 특수가 강해질 것”이라고 반응했다. 또 배달라이더유니온 대전지부 관계자도 “배달 주문이 위축됐던 찰나에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라며 “외식업계에서 특수를 위한 이벤트 할인을 많이 열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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