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치킨집 주문몰려 포장대기 1시간, 배달앱 먹통되기도
“3高발 소비침체 계속되는데 반짝 매출이라도 올려서 다행”

이태원 참사 애도 분위기와 3高 현상에 지역 골목상권 월드컵 특수가 사라질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날만큼은 ‘월드컵 특수’가 포착된다.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이 열린 지난 28일 오후 6시 30분경 대전 만년동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경기 시작까지는 아직 서너 시간이라는 여유가 있었으나 매장 내엔 포장주문을 기다리는 사람과 배달기사들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문이 폭증하면서 치킨을 시킨 뒤 대기시간이 1시간을 넘었으며 넘치는 주문량에 배달앱 영업을 일시종료하는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대전 동구에 거주하는 김 모(29·여) 씨는 “치킨집에 자리가 없을 것 같아 밤 9시 30분 정도에 배달앱에 들어갔는데 치킨집들이 모두 배달준비중이라고 떠 주문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몇 분 후 배달주문이 가능해져 치킨을 시켰지만 평소면 30분 내로 배달이 오는데 이날엔 거의 한시간이 넘어 치킨을 받았다”고 말했다.

킥오프를 앞둔 밤 9시경 대전 서구 한 대학로 호프집 등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축구관람을 준비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잡은 듯 테이블엔 이미 술병이 쌓여 있었다. 이날 비가 오는 데다가 거리응원이 사실상 없어지고,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예상 외의 선전으로 생겨난 기대감이 월드컵 특수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치킨집 사장 양 모(45) 씨는 “우루과이전부터 손님들이 축구를 보러 많이 오셨다. 오늘은 그때보다 손님이 더 찾아오셨다. 어느분은 저녁 5시부터 자리를 잡고 계신 분들도 있고 늦게 오신분들 중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리던 분도 있었다.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 매출이 떨어졌는데 월드컵을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매출이 올라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치킨집 혹은 편의점의 매출은 급격하게 치솟았다. 29일 bhc치킨에 따르면 가나전이 펼쳐진 당일 가맹점 매출이 전월 동일 대비 297%, 전주 동일 대비 312%, 전년 동일 대비 213% 증가했다고 밝혔다. 교촌치킨은 같은 날 매출이 전주 대비 150%, 전월 대비 1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BQ치킨도 전주대비 190%, 전월대비 220% 매출이 늘었다. 편의점도 호황이다. 우루과이전 당일 GS25 매출은 전주 같은 날보다 19.5% 증가했다. 맥주가 186.4%로 가장 많이 늘었고 치킨(146.9%) 안주류(125%) 냉동·간편식(113.7%)이 불티나게 팔렸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도 매출이 20% 늘었다. 즉석 치킨 매출이 전주보다 150% 오른 것을 비롯해 스낵류(100%) 맥주(200%) 등의 판매량이 치솟았다.

대전의 한 상점가 관계자는 “축구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집관족’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부 업종의 매출이 올랐다. 또 우리 대표팀의 선전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쉽진 않겠지만 16강에 진입한다면 더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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