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지원 규정 개정 못해 … 건보료율 17.6% 인상 우려

결국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이 종료됐다. 여야는 건보 국고지원 제도 유지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구체적인 연장 방식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다. 이에 건보료가 인상되거나 보장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제(日沒制·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게 하는 제도)를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건강증진법 개정안 9건은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는 사이 지난달 31일이던 시한이 지나 관련 규정은 결국 일몰됐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국고지원 항목으로 11억 원을 편성해 놓은 만큼 예산은 확보했는데 이를 집행할 규정이 없어진 상황이 됐다.

일몰된 규정은 정부가 ‘예산의 범위에서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규정은 2007년 도입돼 일몰제로 운영됐는데 그동안 2011년, 2016년, 2017년 3차례 연장됐다. 그간 일몰이 연장될 때마다 논란은 일었지만, 이번처럼 연장에 실패한 적은 없었다.

여야가 일몰을 코앞에 둔 지난해 12월에야 늦게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야 정치권이 모두 국고 지원 유지의 필요성에 동의를 표해온 만큼 당초 법 개정에 대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몰제의 연장 혹은 폐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여권은 한시적으로 5년 연장할 것을 주장하지만, 야권은 일몰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결국 지난해 국고 지원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지만 예산이 확보돼 있는 만큼 당장 건강보험 체계를 흔들만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다만 조기에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건강보험료 인상과 건강보험 보장성 악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국고 지원이 사라지면 올해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4%가 없어져 보장성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건강보험료를 더 걷어야 한다. 건보공단 노동조합은 국고 지원 없이 지금의 보장성을 유지하려면 7.09%인 건강보험료율을 17.6%로 올려야 한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공단은 18조 원 규모의 누적적립금(지급준비금)을 갖고 있지만 국고 지원이 없다면 머지않아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은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해마다 건보료 17.6%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건보료율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악화 수순을 걷게 된다. 작년 9월 단행한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로 건보료 지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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