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포천고속도로 44중 연쇄추돌 사고현장
구리포천고속도로 44중 연쇄추돌 사고현장

지난 15일 밤 경기 포천시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자동차 40여대 추돌사고로 4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는 등 47명이 다쳤다. 당국은 이 사고에서 ‘블랙아이스’ 현상을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블랙아이스(Black Ice)란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녹았던 눈이나 비가 차로 위에서 얼어붙어 얇은 빙판으로 변한 것이다. 주로 아스팔트 차로에서 많이 생기는데, 얼음막이 얇고 투명한데다 도로 위에 쌓였던 매연과 함께 얼면서 아스팔트와 같은 검은색을 띠기 때문에 운전자 눈에는 아스팔트의 검은색만 보일 뿐 빙판이 있는지는 구별하기 어려워 블랙아이스란 명칭이 붙었다.

블랙아이스는 시간상으로는 기온이 떨어진 늦은 저녁이나 안개가 낀 이른 새벽에 많이 발생하고 그늘진 도로나 터널, 지하도, 교량, 고가도로 등에서 많이 생긴다. 햇빛이 잘 닿지 않아 차로 표면 온도가 일반 도로보다 낮아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블랙아이스가 생긴 도로는 일반 도로보다 14배, 보통 눈길보다 6배 미끄럽다는 연구도 있다.

구리포천고속도로 44중 연쇄추돌 사고현장
구리포천고속도로 44중 연쇄추돌 사고현장

블랙아이스가 특히 무서운 것은 눈이 쌓인 도로에서의 교통사고보다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실제 2016~2021년 블랙아이스 등 차로 위 서리 결빙 여파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122명으로, 같은 기간 차로에 눈이 쌓인 것 때문에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40명)의 3배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도로 서리와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4천868건 발생했다. 연간 1천 건 가까운 사고를 블랙아이스가 초래하고 있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는 겨울이면 끊임없이 전해진다. 작년 12월 27일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신안교 인근 4중 추돌사고의 주범도 블랙아이스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1월 6일에는 경남 합천군 대양면 33번 국도에서 차량 32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2019년에 12월에는 경북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44대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이번 40대 추돌사고가 일어난 포천에서도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전부터 잇따라 눈이 내렸고, 사고 당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도 얼어붙어 미끄러운 도로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감속 운행하고, 앞차와의 거리도 충분히 확보할 것을 권고한다. 또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고, 코너를 돌 때는 감속하며 천천히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차가 블랙아이스로 미끄러질 경우,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유지하는 것도 요령이다. 미끄러진다고 그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면 차가 회전하는 스핀 현상이 생기면서 제동력이 떨어져 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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