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가계 신용위험지수 44
카드대란 겪던 2003년 3분기와 같은 수준

가계 부실 위험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영끌·빚투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대출이 고금리와 맞물리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동향 및 2023년 1분기 전망을 담은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이 예상한 1분기 신용위험지수는 45로 지난해 4분기(41)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가계 신용위험은 39에서 44로 5포인트 높아졌다. 카드대란 사태로 연체율이 30%에 육박하며 가계 신용위험이 정점에 찍었던 2003년 3분기(44)와 같은 수준이다. 취약 차주의 재무건전성 저하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대 등이 이유로 꼽힌다.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용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1분기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25, 중소기업은 42로 각각 전 분기 대비 3포인트 올랐다. 불확실성이 커진 경기에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가 기업 신용위험을 높이는 이유다. 중소기업의 경우 수익성 악화와 채무상환 능력 저하 등으로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비은행권에서의 신용위험지수도 빨간불이 켜졌다. 신용위험지수는 상호금융조합이 51, 상호저축은행 45, 생명보험회사, 40, 신용카드회사 25로 집계됐다. 신용위험지수는 0을 기준으로 플러스면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 중 비은행금융기관 차주 신용위험은 모든 업권에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과 부동산경기 위축, 소득 여건 악화 등에 따른 부실 우려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계에 대한 국내은행의 대출태도는 완화될 전망이다. 가계대출 규제 완화, 대출 증가율 둔화 등으로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실제 국내 은행의 올해 1분기 대출태도지수는 13으로 집계됐다. 가계 주택 관련 대출에 대한 태도는 지난해 4분기 19에서 올 1분기 28로 상승했다.

반면 비은행권에서의 대출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 성장세 둔화 등에 따른 차주의 상환 부담 증대, 대출건전성 관리 등을 위해 대출 태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태도지수는 상호저축은행 -45, 신용카드회사 -31, 상호금융조합 -52, 생명보험회사 -19 등이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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