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가격을 두고 산지와 소비자간의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산지에서는 농가를 중심으로 한우 가격이 폭락하고 이에 더해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어 고민은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는 한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느끼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는 설 성수기에도 한우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우 농가 쪽에선 소 값 폭락에 경영난을 호소하던 농민이 최근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전국한우협회는 소값 폭락에 따른 정부가 수급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소 반납 투쟁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7일 기준 한우 1+ 등급 도매가격은 1㎏당 1만 6685원으로 전년 같은 달 평균(2만 1071원)보다 4300원이 넘는 26.3% 하락했다. 지난달과 비교해도 한 달 만에 1000원(5.3%) 정도 가격이 내렸다.

그러나 한우 산지 시세와 소고기 도매 가격의 하락 폭과 비교해 소고기 소비자 가격은 미세하게 하락하거나 오히려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우 부위인 등심(1+등급)의 경우 같은 기준 100g당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이 1만 2474원으로 1년 전(1만 3119원)보다 4.9% 내리는 데 그쳤다. 안심은 1만 5535원으로 1년 전(1만 5446원)보다 오히려 가격이 소폭 올랐다.

소비자가 소값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이다. 농산물과 달리 소는 잡아 도축하고 등심·안심·갈비살 등으로 구분·포장하는 가공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8일 “소를 잡아 나누는 쉽지 않은 과정에서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축산물은 도축·가공 등 필수 유통과정이 추가될 수밖에 없어 유통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인상으로 농민의 경우 사료값 인상 부담을, 유통업계는 물류·인건비·운영비에 마진을 붙여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한우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 비중은 48.1%이며 나머지는 농가(51.9%)의 몫이다.

한우 가격은 30% 이상 하락했지만, 유통과정에서 도축비·인건비·물류비가 20% 이상 상승하면서 소비자 체감은 둔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등심 등이 소 전체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너무 낮은 것도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 인하 폭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를 도축하면 뼈·가죽·내장 부산물을 제외한 지육은 약 60~65% 수준인데, 이 가운데 인기가 많은 등심은 고작 8% 정도다. 여기서 힘줄·지방 등을 제거한 뒤 판매 가능한 등심은 전체의 4.4% 수준에 불과하다”며 “대형마트는 대량 매입과 직매입 구조를 통해 물류비와 인건비 절감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소비자 체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등심, 안심, 채끝살 등 1+ 등급 이상의 품질 좋은 구이용 한우는 가격 하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인색한 할인 폭도 ‘비싼 한우’를 만드는 데 한 몫 한다고 분석한다. 소비자를 유인할 ‘미끼’ 상품으로 한우를 활용하며 전략적 할인 행사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한편,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도매가격 하락에도 한우를 미끼용 전략상품으로 선정해 정상 판매가를 낮추지 않고 있어 고민”이라며 소비자가격 인하에 인색한 대형마트에 대해 연구용역을 벌여 판매가격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소값 하락을 막기 위해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한우 수출을 적극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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