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안정세·금융당국 압박 등으로
기준금리 인상에도 내린 은행권 대출금리
2금융권, 자금조달 어려움에 연체 등 리스크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은행권 대출금리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주문과 시장금리 하향 안정세로 비롯된 결과인 반면 카드·캐피탈 등 2금융권 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여신전문금융채권의 불확실성과 대출 취급에 빗장을 강하게 걸어논 탓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1.3%포인트 인하한다. 지난 16일 발표된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11월(4.34%)보다 0.05%포인트 낮은 4.29%로 집계되면 17일 대출금리를 한 차례 낮췄던 국민은행이 가산금리를 조정, 대출 금리 추가 인하에 나선 거다.

2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인하했던 NH농협은행도 20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0.8%포인트 내리고 케이뱅크 역시 1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를 최대 0.34%포인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는 건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살펴봐 달라’는 당국의 대출금리 조정 주문과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까닭이다. 지난해 11월 초만 하더라도 5%를 넘기던 기준 무보증·AAA 금융채 1년물 금리는 17일 3.906%까지 하락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해도 0.121%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가파르게 오른 대출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진 차주들이 많아 당분간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대출금리 내림세와는 다르게 카드·캐피탈 등 2금융권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경우 수신기능이 없다 보니 채권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레고랜드 사태발(發) 채권시장 경색 흐름이 일부 해소됐다 하더라도 여신전문금융채권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이 어떻게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남아있기에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조달 비용도 오르고 연체 등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이다 보니 신규대출 취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가 여전한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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