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하락에 은행권 자금 이탈 가속
투자심리 회복세나 이어질지는 미지수

주식·부동산 등 투자시장에 먹구름이 끼고 예적금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으로 몰려던 자금이 깨어나고 있다. 은행권 금리가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588조 6000억 원으로 전월(624조 5000억 원)대비 약 36조 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고객이 언제든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인 요구불예금은 일반적으로 주식·부동산 등 마땅한 투자처가 보장되지 않으면 잔액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요구불예금 감소세가 나타난다는 건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제 올 초 주식시장에는 훈풍가 불었다. 설 연휴 미국 기준금리 조기 동결 및 연착륙 기대감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코스피가 일주일만에 2400선을 재돌파했다.

반도체, 2차전지, 인터넷 등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를 주도했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상승 마감했다. 지난달 27일에는 2497.40까지 오르면서 2500선 돌파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미 연준 파월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와 ‘두어 번의 금리 인상’ 발언 등을 두고 금리 정점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심리 회복에 대한 전망은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흘러나왔다.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은행권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반등하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6.9회로 전월(14.5회)에 비해 늘었다.

예금 회전율은 금융기관의 예금이 일정한 기간에 평균 몇 번 회전했는지를 뜻한다.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돈이 돌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준금리가 연이어 올랐던 지난해 4~10월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4회 수준이었다. 최저 수준을 유지하던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건 투자심리를 비롯해 경제 활력이 살아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투자심리 회복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심리가 완전히 회복되기 위해선 금리 인하나 기업 실적 전망 상향 조정 등이 필요하다”며 “여러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두 가지 모두 당장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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