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연체율 전년比 0.19%p↑
카드대출차주 다중채무자가 절반
금융권 전반에 연쇄작용 가능성

금융부실 시계가 조금씩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은행권과 카드사 등 금융권 전반에서 연체율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다. 한계차주·다중채무자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카드 대출 연체율은 전년(0.82%) 대비 0.19%포인트 상승한 1.01%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에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신용카드 대금의 일부만 먼저 내고 나머지를 이월해 결제하는 카드 리볼빙 이월 잔액이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 2621억 원으로 1년 새 1조 1797억 원 늘었다. 신용카드 대금 일부만 먼저 내고 나머지를 이월해 결제하는 리볼빙 서비스 특성상 법정최고금리(20%)에 육박하는 고금리가 적용되는 것은 물론 이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신용점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낮아진 신용점수는 리볼빙 수수료율을 더욱 끌어올려 원리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경우 다른 금융권에 비해 다중채무자의 비율이 높아 연쇄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여전사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56.1%에 달한다. 은행(27.4%), 상호금융(34.2%)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의 급전 창구던 카드론이 DSR 규제,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신용자들이 리볼빙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원리금 부담에 결제 비율 축소·이용 기간 증가, 신용도 하락에 따른 수수료율 상승 등의 악순환은 결국 연체 가능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 부실 징후는 비단 카드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9월 0.16%에서 12월 0.19%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0.12%에서 0.15%로 0.03%포인트, 신용대출은 0.24%에서 0.28%로 0.04%포인트 각각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도 9월 0.18%에서 12월 0.24%로 0.06%포인트, 중소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0.05%포인트(0.23→0.28%), 대기업도 0.01%에서 0.02%로 올랐다.

은행권 관계자는 “계속된 금리 인상에 한계에 몰린 차주의 부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정책금융 지원을 받는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부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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