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우 대전성모여고 교사

인공지능 챗봇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화를 통해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무엇이든 대답해주며, 논문 작성 및 작곡, 프로그래밍 등 누군가는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분야에 대해 거침없이 알려준다는 이 인공지능 챗봇은 작년 말 공개된 이후 ‘요즘 뜨는 이야기’ 수준을 넘어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파급력을 지녔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우리 교육 현장은 꽤 오랫동안 창의성 계발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 등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명명한 것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생활하는 모든 활동에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람의 영역이라 구분되었던 창의적인 활동에까지 인공지능의 역량이 놀라울 정도로 다가서면서 우리는 또 한 번의 질문에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인공지능 챗봇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장점은 지식의 단순 암기를 목적으로 하는 학습 활동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다루어진 방대한 정보를 학습해 답변해주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검색 활동과 달리 이용자의 질문에 대한 맥락 파악, 나름의 해결 방안 제시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용 시간을 최소화하면서도 보다 높은 수준의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학습자는 자료 탐색에 사용할 시간을 줄임과 동시에 새로운 학습 아이디어를 병렬적으로 진행 시킬 수도 있으며, 검색 및 대화 활동만으로도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정보 검색의 방식이 아예 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데에는 바로 이 같은 이유가 있다. 단, 질문의 수준이 엉성할 경우 양질의 결과도 기대할 수 없기에 인공지능 챗봇이 교육 현장에 적용된다면 우리 교육은 더 나은 질문과 답변의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공지능 챗봇이 가지는 이 같은 능력은 기존 데이터의 학습에서 비롯되므로,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면 그 결과물 역시 큰 오류를 갖게 되는 한계가 있다. 사실이 아닌 가짜 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답변하거나 타인의 창작물을 인용했다는 표시 없이 무차별적으로 편집해 순수 창작물처럼 둔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 과정형 수행평가를 계획하느라 항상 큰 고민을 한다. 교과별 성취수준을 만족하면서도 학생의 개별화된 창의적 수행 과정을 교사가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다. 가령,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서술형 수행평가의 경우, 학생이 작성한 결과물이 오로지 인공지능 챗봇에 의한 결과인지 판별하기 매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결과물만이 아닌 과정 전반에 대한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수행평가의 핵심인데, 그 과정에 인공지능 챗봇의 개입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아예 배제하는 것이 옳은지 우리는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교실 공간에서 인공지능의 발달을 더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제껏 존재하지 않던 수준의 인공지능이 우리의 교육 현장에 문제점을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급속한 사회 변동은 기존의 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제어하기 어려우므로 우선은 인공지능 챗봇이 악용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에 대해 예상해보며 충분한 사회적 토의가 필요해보인다. 그러나 인공지능 챗봇의 등장이 학교와 우리 선생님들이 가진 역할을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교육 활동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기회로 삼을 부분 또한 충분히 많다.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 미래 가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을 보다 창의적인 인재로 키워낼 기회로 인공지능을 지혜롭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영화 인터스텔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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