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술값 올리고 싶어도
소비자 “술 가격이 씁쓸하다”

#. 대전 유성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 모(57) 씨는 가격표를 수정해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다. 고금리·고물가에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 소줏값이라도 5000원으로 올리자니 수요가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조금이라도 마진을 남겨야 해 술값을 1000원 인상하고 싶지만 불경기라 고민”이라며 “손님 입장으로 소주를 5000원 주고 먹기는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의 고심이 깊어만 가고있다. 올라간 공공요금으로 인해 난방비 폭탄을 경험했던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찾아오나 싶었지만 소줏값이 또다시 꿈틀거리면서다.

주류세 인상 등으로 주류 출고가가 높아지고 있고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은 술값이라도 인상하고 싶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의 수요 감소가 우려됨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4월부터 맥주 주세는 리터당 30.5원가량 상승해 885.7원으로 인상된다. 탁주 또한 44.4원으로 1.5원 오른다. 생산 비용이 오른 소주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다. 에탄올 공급 업체들은 지난해 2월 주정 가격을 7.8% 가량 올렸다. 소주병 공급 가격도 180원에서 220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주류세와 부자재 가격 인상에 발맞춰 주류업계에서는 지난해 출고가를 인상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참이슬, 진로 출고가를 7.9%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 또한 처음처럼 출고가를 6∼7%, 클라우드 출고가를 8.2% 올렸다. 오비맥주는 오비, 카스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7% 인상했다.

즉, 주류 업계가 출고가를 인상하면 판매가격도 덩달아 뛸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소주 출고가가 1병당 85원 인상되면서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병당 1000원 가량 올랐다. 올해 역시 출고가가 인상될 경우 판매값이 1000원 가량 인상돼 6000원을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대전지역 식당에서는 평균 4000~5000원에 소주가 판매되고 있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소상공인들은 걱정이 앞선다. 급격하게 오른 난방비로 음식값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류값까지 인상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줏값 인상으로 손님이 줄면 당장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유성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 씨는 “괜히 1000원 더 받자고 하다가 오히려 손님들이 술을 한 병 안 시키면 그건 그거대로 손해라 골치아프다”며 “코로나가 끝나도 막막하긴 매 한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소줏값 인상 요인과 동향 등 업계 실태조사에 나섰다. 사실상 소주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이재영 수습기자 no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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