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최장 가뭄, 중부 초유 폭우
작년 전국적으로 기록경신 행렬

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와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농작물유실·도시침수, 고수온에 따른 양식장 피해, 건조한 날씨에 따른 산불, 태풍과 맞물린 산사태, 폭염·가뭄이 겹친 상황에서의 녹조 현상 심화와 에너지수요 급증, 수도권 첫 6월 열대야 등 우리 기후 역사에 2022년은 ‘이상기후의 종합판’으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지난해 발생한 이상고온·집중호우·태풍·가뭄 등 이상기후 발생과 분야별 피해 현황을 담은 ‘2022 이상기후 보고서’를 30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부지방의 집중호우와 남부지방의 극심한 가뭄, 이른 열대야와 폭염, 7년 연속 9월 태풍 등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중부지방의 경우 장마기간과 장마 종료 뒤에도 정체전선이 머물면서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충남 서산(6월 29일)과 부여(8월 14일)에선 시간당 강수량이 105.4㎜, 110.6㎜로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대전에도 8월 10일 시간당 강수량이 63.3㎜를 기록해 역대 3위에 올랐다. 경기도 수원엔 6월 30일 하루에만 285㎜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같은 집중호우로 8월 중부지방에서만 19명(사망 17명, 실종 2명)의 인명피해, 3154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또 409.7㏊의 농경지가 유실·매몰됐고 가축 3만 3910마리가 폐사했다.

남부지방은 역대 최장 기상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비가 적었던 남부지방은 12월까지 기상가뭄이 지속돼 1974년 이후 가장 많은 기상가뭄일수(227.3일)를 기록했다. 가뭄의 여파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른 열대야와 폭염 역시 기록적이었다. 예년보다 이른 시점(6월 25∼27일)에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사상 첫 6월 열대야’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7월 상순엔 경상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35∼38도의 폭염이 발생했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전년 대비 13.7%나 증가한 1564명(사망 9명 포함)으로 집계됐고 이에 따라 전력수요 역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5개로 평년(3.4개)보다 많았다. 또 7년 연속으로 9월에 태풍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많은 비가 쏟아져 11명(사망)의 인명피해와 2439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경북과 경남을 중심으로 산사태 피해도 발생했다. 힌남노가 강한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바다의 온도가 따뜻했다는 방증이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2022년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이제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상황이 다가왔음을 깨닫게 한 한 해였다”고 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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