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내 사고 처벌 강화 목소리
전문가 “재범률 높아 치료적 관점서 봐야”
안전속도 5030 상향 논란 재점화

▲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 씨가 10일 오후 둔산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유가족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최근 음주운전을 비롯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사고 잇따르면서 보다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2, 제3의 김민식 군을 막기 위해 스쿨존을 마련, 단속하고 있지만 음주운전자 앞에서는 이 같은 조치도 무색하기 때문이다. 특히 음주운전의 경우 재범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벌금 또는 미약한 처벌이 내려지는 수준이고 운전면허증 재발급 역시 단순 교육과 상담·코칭 프로그램 등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안전속도 5030’ 속도 상향 움직임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스쿨존에서 길 가던 초등학생 4명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였다. 이날 사고로 9~12세 초등학생 4명 중 1명은 의식불명으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운전자 A(66)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8%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오후 12시 30분경 대전 중구 유천동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갖고 술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고 지점까지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7~8km 가량을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같은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0년 483건, 2021년 523건, 2022년 48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9월 충남 아산에서 한 차량에 치여 사망한 고(故) 김민식(9) 군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2020년부터 이른바 ‘민식이법’이 적용됐지만 사고는 막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쿨존 안전 펜스 등의 설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스쿨존 내 과속단속카메라는 물론 신호등을 비롯한 횡단보도에 관한 안전표지, 과속 방지 및 미끄럼방지 시설 등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스쿨존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장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보도가 비교적 폭이 좁고 바로 인근에는 초·중학교가 밀집해 있었으나 안전 펜스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가 커졌다 주장이 나오면서 결국 비판이 형성되고 있다. 한 주민은 국민청원글을 통해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 2년 전부터 도보에 있는 철제 펜스가 철거됐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마련을 해달라”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안전속도 5030 속도 상향을 두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고 김민식 군에 이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의 한 스쿨존에서 술에 취한 30대 남성이 몰던 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고 이동원(9) 군, 고 배승아(9) 양 등 사고가 줄을 잇고 있는 만큼 속도 상향은 현장 안전과 상반된 조치라는 거다.

전문가는 음주운전이 재범률이 높은 만큼 알코올 의존 등 치료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병호 한국교통안전공단 박사는 “우리 사회는 소주 한 잔을 안일하게 바라본다.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라며 “음주운전은 재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처벌도 처벌이지만 치료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의료적인 방안으로 컨트롤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를 받는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10일 발부됐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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