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여전하지만 경기·금융 부담 늘릴 필요 없어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고 선 그어

지난 2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시장에선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피어나는 모양새나 한은은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연 3.50%) 동결을 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까지 떨어진 만큼 얼어붙은 경기와 금융에 부담을 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에서 금융 부문의 리스크(위험)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크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 이은 두 번의 동결로 시장에선 2021년 8월 이후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가 사실상 종료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경기가 둔화(또는 침체) 양상을 보이는 만큼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추가 인상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금통위의 이번 동결 결정에 미국과 1.50%포인트 금리 격차가 유지되는데 이 역시 2000년 10월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더욱이 미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내달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면 한미간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돼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 한은은 선을 그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나오는 것에 대해 ‘과도하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과 같이 이번 회의에서도 다섯 분은 당분간 최종금리가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한 분은 3.50%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예상대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산유국 추가 감산이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와 폭 등 하반기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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