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위한 E&E 도입
역무원, 장애인 이동 돕고 말벗도 자처
“이동 어려울 때 친절하게 도와줘 감사”
최종적으로 D2D 통해 완벽한 이동권 실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도시철도 단체 시위가 여전히 이어지면서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의제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보편적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대전교통공사의 차별화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초로 중증장애인을 위한 프리패스형 개찰구를 도입하는 한편 역사 입구에서 출구까지 역무원이 동행하는 교통약자 동행서비스, 역사 엘리베이터 유도선 설치, 시민 안전체험열차 운영, 장애인단체와의 역지사지(易地思之) 역사 편의시설 합동점검 등 장애인 이동권 강화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다.

▲ 교통약자 동행서비스를 신청한 한 대전시민이 19일 시청역에서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프리패스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대전교통공사 제공

#1. 동행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대전도시철도 1호선 정부청사역 오전 11시경. 출근 시간은 한참을 넘겼지만 코로나19 일상회복 후 도시철도를 이용하려는 승객이 부쩍 늘었다. 인파 속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한 어르신은 승강기를 이용해 역사로 들어왔다. 역사로 진입하자 어르신을 맞이한 건 역무원이다. 어르신이 교통공사의 교통약자 동행 서비스를 신청한 것이다. 역무원은 어르신을 모시고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프리패스형 개찰구에 들어섰다.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하이패스로 나들목을 쉽게 빠져나가는 것처럼 역무원은 어렵지 않게 어르신을 모시고 승강장으로 진입했다. 약 5분 뒤 도시철도가 정부청사역으로 진입하고 스크린도어가 열리자 어르신은 도시철도에 탑승하고 판암역으로 향했다.

어르신은 “둔산동에 있는 종합병원에 자주 가는데 평소엔 손자랑 동행한다. 그러나 손자가 일이 있어 같이 가지 못하면 역무원에게 부탁해 교통약자 동행 서비스(E&E)를 신청한다. 친절하게 이동을 도와주고 가끔 말벗도 해줘서 좋다”라고 말했다.

19일 한 장애인이 직접 대전도시철도 역사의 장애인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비장애인 시각에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장애인의 시각에선 보이기 때문이다. 대전교통공사 제공
19일 한 장애인이 직접 대전도시철도 역사의 장애인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비장애인 시각에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장애인의 시각에선 보이기 때문이다. 대전교통공사 제공

#2. 이용자 중심

교통공사의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역사마다 조성한 전동휠체어 충전 시설을 통해 장애인의 불편함을 덜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들의 의견을 경청해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지족역 출구 방면 이동 통로에 점자 가드레일을 설치했다. 현재 시범운영 중인 구암역 환승주차장에는 무장애 보행자통로를 조성하는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공급자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으로 지속해서 개선·확충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 등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 전문성 향상 및 역량 강화 교육도 꾸준히 시행 중이다. 지난 14일에는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들과 함께 장애체험 가두행진을 벌이고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대시민 캠페인 등을 펼치기도 했다.

대전교통공사 관계자들이 구암역 환승주차장 현장을 찾아 배리어프리 실현을 위한 여러 시설을 살피며 점검하고 있다. 대전교통공사 제공
대전교통공사 관계자들이 구암역 환승주차장 현장을 찾아 배리어프리 실현을 위한 여러 시설을 살피며 점검하고 있다. 대전교통공사 제공

#3. 장벽 없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맞춤형 시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교통공사는 장애인과 함께 도시철도 역사 장애인 편의시설 전반에 걸쳐 특별안전점검을 진행했다. 비장애인의 시각에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것들을 장애인의 시각에서 보자는 취지다. 교통공사는 장애인과 역사 장애인 화장실, 점자안내도, 음성유도기, 장애인 안내표지 및 비상인터폰, 역사 출입구 이동동선 등을 살폈다.

교통공사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역내로만 한정하지 않을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교통공사가 운영하는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를 통해 기존 E&E는 물론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동행서비스(Door to Door·D2D) 도입이 대표적이다. 궁극적으로 장애인이 대전 구석구석을 장벽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교통공사가 추구하는 배리어프리의 대표적인 사례다.

연규양 교통공사 사장은 “전국 최고의 교통복지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대전시민이 행복한 교통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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