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 온도, 수면 상승도 가파르게 상승
최근 10년 경제적손실 3.7조원에 달해

우리나라의 기후온난화가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수 표층 수온 역시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해수면 상승도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19일 공개한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9년(1912∼2020년)간 우리나라 월평균 기온 분포는 3.8도에서 29.8도, 연 평균기온은 12.8도로 약 1.6도 상승해 세계 평균(1.09도)보다 더 높이 올라갔고 해수면 표층 수온 역시 최근 50년(1968∼2017년)간 1.23도 상승해 세계 평균(0.48도) 대비 2.6배나 높은 수준을 보였다. 또 최근 30년(1989∼2018년)간 해수면 상승도 세계 해수면 연간 상승폭인 1.7㎜보다 더 큰 2.97㎜를 기록했다.

◆전방위적 악영향

이 같은 온난화 현상으로 폭우, 폭염, 겨울철 이상고온, 한파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면서 재산과 인명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10년(2012∼2021년)간 기후변화와 연관된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조 7000억 원에 달하고 복구비용은 손실비용의 2∼3배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선 수자원 분야에선 여름철 강수량과 극한의 강우 발생 횟수가 증가하고 있고 가뭄의 빈도와 강도가 늘고 있으며 지역간 편차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남부지방의 가뭄은 역대급으로 기록될 정도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부지방 기상가뭄은 227.3일로 기상 관측망이 확충된 1974년 이래 49년 만에 가장 길었다. 이전 최고 기록인 2017년(162.3일)보다 65일이나 더 길다. 특히 광주·전남은 281.3일을 기록했다. 전국 기상가뭄 발생일수는 156.8일로 2015년(168.2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산림·생태계 분야에선 식물의 생육개시일이 앞당겨지고 낙엽 시기가 늦어져 총 생육기간이 증가(연 0.42일)했고 남방계 한국산 나비의 북방한계선이 지난 60년간 매년 1.6㎞씩 북상했으며 북방계 나비의 남방한계선 역시 남쪽으로 확대됐다. 침엽수종의 쇠퇴와 분포 면적 감소 역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농업과 관련해선 작물 재배지 북상 현상이 뚜렷하다. 사과 주산지는 1970년 경북 영천에서 2015년 강원도 정선·영월·양구로, 복숭아 주산지는 같은 기간 경북 청도에서 충북 충주·음성, 강원 춘천·원주로 이동했다. RCP8.5(저감 없이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조건에서 이번 세기 말엔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사과 재배적지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감귤도 강원도까지 재배가 가능해질 것으로 환경부는 예측하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에선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해일 등 연안 지역 재해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고 수온 상승과 함께 어종의 공간적 분포가 변하고 양식생물 대량 폐사 위험도 커지고 있다. 또 유해적조 생물, 난류성 독성 플랑크톤, 해파리 등 유해 생물종 출현 양상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폭염과 폭우로 인한 도로 포장 구조물의 블로우 업, 포트홀 현상은 교통안전을 위협하고 태풍과 홍수는 레저·관광 분야 산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함께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 추세이고 모기를 통한 매개 감염병 역시 증가하고 있으며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 감염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위기 가속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과 강수량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환경부는 전망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때 21세기 후반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현재 수준보다 2.3∼6.3도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같은 시점에서 연평균 강수량은 현재 평균 강수량 대비 4∼16% 증가할 것으로 환경부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남해안지역에 국한된 아열대 기후는 점차 영역을 확장해 폭염, 열대야 등 고온 관련 지수가 증가하고 저온 관련 지수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는 파리협정 제7조 10항과 제11항, 제1차 파리협정 당사국회의 결정문에 따라 작성한 것으로 한국의 첫 기후변화 적응보고서다.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0년 교토의정서가 만료된 후 2021년 1월부터 적용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기후변화협정으로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참여해 채택한 협약이다.

종료 시점이 없는 협약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국가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 ‘0’을 목표로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국가는 최대한 빨리 배출량을 급속하게 감축해야 하며 21세기 후반에는 자체적으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흡수량을 늘려 배출과 흡수 사이의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또 당사국은 스스로 정한 국가감축목표(NDC)를 5년마다 제출해 이행사항들을 주기적이고 투명하게 점검하고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담고 있는 새로운 NDC를 제출해야 한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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