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만큼이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게 있다. 인간이 격발시킨 자연의 역습, 온난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은 굳이 열거할 필요 없다. 시시각각 눈앞에서 펼쳐지고 또 코앞으로 다가온다. 추체험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남부지방의 유례없는 가뭄은, 공존이 일상이 된 미세먼지와 황사는 편린이다. 불편하게 느낄지언정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경고음이 새삼 새빨갛게 들린다. 우리나라 온난화가 세계 평균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못마땅한 소식으로부터다.

환경부는 19일 ‘대한민국 첫 기후변화 적응보고서’를 발간했다. 어안이 벙벙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덜할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서다. 모든 지표에서 허를 찔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9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2.8도로 약 1.6도 상승해 세계 평균 1.09도를 상회했다. 해수면 표층 수온 역시 최근 50년간 1.23도 상승해 세계 평균 0.48도 대비 2.6배나 높았다.

이쯤 되면 고개를 갸웃했던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겨울철 이상 고온과 한파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대가는 컸다. 인명 피해는 계상하지 않더라도 최근 10년간 기후변화와 연관된 자연재해로 3조 7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봤고 이를 복구하는데 2∼3배의 손실 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남부지방을 앙상하게 메 말린 가뭄 일수가 최고 기록을 찍은 현재는 점잖은 예고편일지 모른다. 여름 홍수와 나머지 계절의 가뭄 위험이 갈마들 형국이다. 악영향은 산에서, 들에서, 바다에서, 도시에서 악화일로다.

정부 말마따나 최선의 기후변화 적응방안은 온실가스 감축이고 그동안 국가 차원의 노력이 없던 게 아니었다. 2010년 ‘국가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최초 수립한 이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했고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전략’과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등의 정책을 마련했으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나름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선도적이라고는 못해도 국제사회와 보조는 맞춰 왔다는 변이다.

다각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평균보다 빠른 이유를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 잔존에 의한 피치 못할 상황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이 더 분명해진다. 지금보다 강도 높은 기후변화 대응이 아니고선 타는 목마름을 면키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다음 기후변화 적응보고서를 대비해야 한다.

온난화를 강 건너 불구경으로 알고 산 국민의 자각도 절실하다. 국가와 사회에만 맡길 게 아니라 생활 속 작은 녹색 실천을 통해 기후변화로부터 우리와 우리 후손들을 지키는 밀알이 돼 주길 이 땅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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