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우 대전성모여고 교사

4월을 맞이한 학교는 3월과는 다른 모습을 띤다. 아이들은 새 담임 선생님과 새 친구들, 그리고 새로운 시간표에 몸과 마음을 맞추고 적응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 담임 선생님은 개인 상담을 마친 후 새로운 만남과 대화를 준비한다. 학부모 상담의 계절이다.

과거에는 학부모님이 학교를 방문한다는 것은 무언가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거나, 문제를 느끼고 있을 때라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학교는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교사가 조직한 정해진 지식을 학생이 기계적으로 전달받은 후 암기력을 테스트한 결과를 학부모님이 집에서 확인하던 시대는 이미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친구 관계는 괜찮은지, 공부하는 태도는 문제가 없는지, 진로 탐색은 어디까지 구체화 된 것인지에 대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니, 이미 꽤 오래되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것이 이른바 교육 환경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굳어져 왔다면, 앞으로의 더 나은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학부모 상담의 목적은 학생이 가진 특징에 대한 학교와 가정에서의 관찰 내용을 공유하고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학생의 더 나은 교육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교사가 바라는, 학부모가 바라는 학생의 이상적인 모습을 설정해둔 다음, 현재 학생이 보여주는 모습 중 부족한 면을 현미경처럼 찾아 비판하고 질책하는 수단으로 상담 과정을 활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정으로 고민해보아야 한다. 내신 성적을 향상시키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모습은 교사와 학부모뿐 아니라 학생 스스로도 가장 원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모습과 그 처한 상황은 부모님의 양육 태도와 가치관, 교사의 교육관과 철학, 친구 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들 속에 존재한다. 다시 말해, 수많은 아이를 특정한 기준과 잣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사회는 역사상 유례없는 급속 성장과 변화를 겪어왔으며,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한 지금은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놓여있다. 그런데도 이제 막 사회로 나설 준비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달성해야 할 고정된 목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어야 하고, 성적도 잘 받아야 하며 이름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 대부분을 이뤄낸 어른 중에도 보다 나은 경제적인 성취와 사회적인 명망을 얻고자 기진맥진하는 모습들을 우리 아이들은 매체를 통해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중한 시간은 흐르고, 우리 아이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할 기회를, 그 말을 듣고자 하는 자세를 우리 사회는 과연 제대로 제공하고 보여준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교사와 학부모는 상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방법에 대해 의견을 공유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학창 시절에 힘들었던 것은, 우리 아이들 역시 똑같이 힘들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공감해야 한다. 많이 들은 이후에는 어쩌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슨 태도를 지녀야 하고, 어떤 가치들을 배워야 하며 실천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먼저 고민하고, 먼저 시범을 보이는 노력이 중요할지 모른다. 지금 우리의 노력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만드는 결정적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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