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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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우측으로 통행하는 우리나라 도로에서 우회전은 신호 체계의 영향을 덜 받는다. 운전자의 몸에 밴 이 습관이 사달을 내곤 한다. 지켜야 할 선, 예를 들면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를 무시하는 것이다. 대가는 컸다. 관련 교통사고가 빈번한 가운데 매년 130명 이상이 우회전 차량에 치여 비명횡사했으니 말이다. 교차로 우회전 일시 정지가 법제화된 배경이다. 3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어제(22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시행됐는데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전국 곳곳에서 적잖은 운전자들이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본지 기자가 취재한 유성구 원신흥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만 불과 20여 분 사이에 네댓대의 차량이 적발돼 범칙금을 부과받았다고 한다. 휴일 단속이 이 정도다. 항변은 똑같다. 헷갈리고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도로는 도솔초 보호구역 인근 용소네거리와 함께 대전에서 유이한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다. 우회전 신호등에 녹색불이 표시되면 이동할 수 있어 비교적 쉬운데도 낯설다는 의미다.

우회전 신호등은 적색과 황색에서는 정차한 후 오른쪽 방향의 녹색 화살표에 불이 들어왔을 때 서행하면 되는 방식이다. 아직 우회전 일시 정지가 익숙지 않은 운전자에겐 요긴한 길라잡이인데 전국적으로 15곳 밖에 설치되지 않았다는 함정이 있다. 따라서 운전자들은 우회전 신호등을 예외적으로 일반적인 우회전 방법을 터득하는 게 신상에 이롭다.

일반 신호 체계에서의 우회전 일시 정지는 차량 신호등에 따라 달리한다.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는 반드시 일시 정지한 뒤 보행자 여부를 확인하며 우회전해야 하고, 녹색에선 서행하며 우회할 수 있으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발견하면 즉시 정지해야 한다. 즉 보행자가 없을 경우 일시 정지 후 이동해도 되지만 이를 모르는 상당수 운전자가 무턱대고 대기하는 통에 경적 세례를 받곤 한다.

열거한 방법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꽤 복잡하다. 숙지가 안 됐으니 숙달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3개월의 계도 기간을 충분하다고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회가 필요성에 합의해 도입한 제도를 홍보하고 3개월이나 계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선을 빚고 있는 단면은 운전자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든, 경찰 홍보가 부족했든 둘 중 하나에 기인한다.

우회전 차량의 일시 정지와 보행자 안전은 정비례한다. 보행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결국 운전자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 다름없다. 횡단보도 앞에선 주의를 기울여 사람이 있든 없든 멈추고, 우회전이 허용된 신호에도 보행자를 발견하면 즉시 멈추는 습관에 답 있다. 경찰은 제도 정착에 방점을 찍고 운전자들이 하루속히 숙지할 수 있게끔 분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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