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피해 지원 담은 특별법 제정 돌입
與 “임차인 주거보장 우선”野 “보증금 반환 조치는 빠져”

▲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원이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실효성 있는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당부함에 따라 당정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담은 특별법 제정에 돌입했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우선매수청구권(우선매수권) 도입을 골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매입임대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피해자들의 또 다른 요구사항인 전세보증금 보장에는 선을 그었다.

정부는 이번 주 중 특별법을 완성해 입법 발의할 계획이다. 여당은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27일 특별법 처리를 목표로 야당과 협상을 추진해 왔으나 전세보증금 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이 커 이달 중 법안이 마련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당정이 마련한 특별법은 현행법상 공유지분자에게만 부여된 우선매수권 대상을 전세사기 피해자까지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피해자는 최종 금액(최고가)으로 주택을 우선 매입할 권리를 갖게 된다. 정부는 피해자가 해당 주택을 낙찰받을 때 관련 세금을 면제하고 자금이 부족한 이들을 위한 장기 저리 융자도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당정의 특별법 제정 예고와 관련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핵심적인 요구인 보증금 반환을 위한 조치는 빠져 있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전세사기 사태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민주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은 칭찬하지만 여전히 핵심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증금 떼인 피해자들에게 ‘돈 빌려 줄 테니 집사’라고 하는 건 온전한 대책이 아니다”라며 “지금 필요한 건 피해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정부가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을 통해 피해자들이 사기꾼들에게 떼인 돈을 일부라도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번 특별법 제정을 ‘주거안정’에 초점 맞추고 있는 만큼 전세보증금 채권 매입 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결국 그 부담이 모든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당정이 예고한 특별법이 이번 주 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야권에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법을 두고 “무엇보다 피해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거의 없는 만큼 이번주 국회에서 입법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임차주택 낙찰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내 집 마련 기회를 드리고 계속 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장기거주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주거권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야당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소요 재원이라든지 형평성이라든지 실현가능성을 고려해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치적 현안도 민생에 우선할 수 없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국회의 책무는 없다”며 “민주당이 하루속히 민생 우선, 의회 정치 복원의 자세로 돌아와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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