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후년부터 세종시민들은 시내버스를 공짜로 타게 됐다.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실현에 따른 수혜다. 어린이나 노인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시내버스 무료화는 충남과 대구 등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전 주민 무료는 세종시가 전국 최초다. 안 탈 이유가 없겠지만 포석대로 서민의 발을 시민의 발로 격상시키기 위해선 무료만으론 힘에 부칠 수 있다. 엔간하면 승용차 두고 시내버스를 타게 할 구동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잃어버린 대중교통 중심도시에 이르는 언저리 길이 거기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27일 시내 교통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방점은 2025년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에 찍었다. 내년부터 출·퇴근 시간 무료화를 시범 운행한 뒤 2025년부터 전 시민을 대상으로 시내버스에 한정해 요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연간 소요 예산은 253억 원 정도다. 시 전체 예산의 3.2∼3.6% 수준인데 타 도시의 평균 대중교통 운영비 비율 4.9% 안쪽이라 해 볼만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철저한 계획도시인 세종시엔 지하철이 없어 시내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이라 요금 무료화 계산법은 상식적이다. 드나드는 광역 통행량이 많은 특성을 감안해 대전 3개, 청주 1개, 공주 1개 등 광역버스 노선 5개를 신설하고 도시 확장성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노선 7개 추가 설치와 읍·면 교통수단인 두루타 버스 확대 방안을 접붙이는 것으로 시내버스 활성화 도안을 완성했다.

하드웨어가 그렇다는 것이고 여정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세종시는 계획 당시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설계되고도 전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근시안이 빚은 도로는 좁아터졌는데 승용차는 날로 늘어 주야장천 교통 체증에 시달린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면 주요 도로마다 몸살을 앓곤 한다. 제한속도가 과도해 정체를 부른다는 지적을 포함한 민원은 배부를 지경이다. 교통 문제는 세종시가 풀어야 할 0순위 과제지만 쏟아지는 승용차를 감당하기에 도로는 무기력하다.

이런 켯속에서의 대중교통 중심도시엔 유일한 대중교통인 시내버스가 적격이다. 무료라는 회심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시내버스 수송 분담률 제고는 무시로 막히는 도로에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 얼마나 끌어올리느냐는 시민들이 얼마나 응답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시내버스만으로 목적지를 쾌적하고 편리하게 그것도 빠르면서 환승이 쉽고 정시에 이동할 수 있다면 공짜 버스 마다할 사람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대중교통혁신 추진단의 어깨가 무겁다고 하겠다. 대중교통, 특히 시내버스의 수송 분담률을 높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겠지만 무료는 매력적이다. 거기에 안주하지 말고 무료면서 타고 싶은 버스를 지향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랬다. 대중교통 중심도시 한번 부딪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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