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전을 무미건조한 도시라고 칭한다. 외지인의 시선뿐만 아니라 이 고장에 사는 이들도 딱히 특징이 없는 밋밋함, 그러니까 활력이나 생동감과는 좀 거리가 있는 그런 정적인 도시를 시인하곤 한다. 주민들의 성향을 두고도 좋게 말하면 점잖고, 야료하면 적이 심심한 사람들로 테두리 짓는다. 웃자고 하는 소리로 사시사철 자연재해로부터 무사한 축복조차 시쳇말인 ‘노잼’ 도시 프레임을 들씌운다. 혹평도 그렇다고 호평도 아닌데 공연히 거북하다. 살기 좋으면 그만이다.

맞거나 틀리거나 한 논쟁거리로 삼을 일은 아니다. 다만 전반적인 도시 이미지가 차분하다는 관전평은 부인할 수 없다. 반박 대신 이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가 연잇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대전시를 중심으로 정체성 기반의 브랜딩 노력이 지속돼 왔다. 특히 민선 8기 들어 이미지 쇄신에 방점을 찍고 여러 각도에서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오는 8월 개최 예정으로 화력을 집중 중인 ‘0시 축제’가 대표적이다. 슬로건 ‘일류 경제도시 대전’은 앞으로 나아갈 역동의 갈음이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Where are you from? 이라는 인사치레를 주고받는다. 우리 상식으로는 출신 국가를 대는 게 상례지만 어느 도시에서 왔는지를 강조하는 사람들도 썩 많다. 대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도시들이 거명된다. 상품 제조사가 국가를 대신하듯 도시가 국가를 대신하는 도시 브랜딩의 위력이다. 그런 자부심을 부러워하기엔 대전의 브랜드는 나라 안에서의 위치부터 애매하다. ‘과학수도’도 맞고 ‘사통팔달 중심지’도 맞고 ‘행정·국방 거점도시’도 맞지만 구태여 같은 나라 사람에게 설명을 곁들이는 게 좀 우습다. 대전은 대전이다.

금강일보는 창간 13주년 기념호를 도시 브랜드와 맞물린 ‘대전’으로 커버했다. 대전을 연상시키는 키워드는 빵만이 아니라는 항변이다. 특히 입소문을 타지 않았을 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생태·역사문화의 속살을 조명했다. 역시 시쳇말로 ‘꿀잼’인지는 모르나 늘 곁에 있어 귀한 줄 모른 현장들이다. 이를테면 비경 품은 ‘대청호 오백리길’이랄지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한 ‘갑천습지길’과 같은 주변 자연경관에 더해 다크 투어리즘과 영화 촬영 명소, 과거와 현재가 갈마든 골목길을 다뤘다.

전국 대도시마다 도시 브랜딩에 열을 올린다. 그것이 생존에 필요한 경쟁력이라고 여겨서일 것이다. 대전 앞날에도 숙제로 놓여 있고 남들보다 갈 길이 더 멀다. 그러나 주문이 많다고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다. 인위적이어서 근본 없는 정체성은 오래 못 간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피부에 와 닿아야 하고 밖의 눈보다 안의 자각이 더 먼저다. 무슨 무슨 도시는 거들뿐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떨까. 대전 꽤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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