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수십억 원 대의 전세 사기 사건이 발생하는 등 전세 사기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전세 사기 특별법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여야가 국민적 여론을 의식해 논의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견 폭이 커 언제 합의점을 찾을지 미지수다. 조속히 특별법이 제정돼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하지만 이렇듯 질질 끌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여야는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마련을 위해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전세 사기 피해자 범위와 구제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여당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우선매수권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부 여당은 야당의 채권 매입 주장에 정부가 모두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정부 여당의 안은 피해자로 인정되는 조건이 협소하고 명백한 사기로 대항력을 상실한 피해자 구제엔 불충분하다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가 이같이 줄다리기를 계속하면서 특별법의 이번 주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당은 이번 주 초까지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협상을 끝내겠다며 서두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번 주 통과를 서두르기보다는 실질적인 구제안과 피해자 범위 확대 등 기존 주장을 최대한 반영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이 여야가 전세 사기 특별법 제정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세 사기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대전에서 대출금과 선 순위 보증금을 속여 사회 초년생들로부터 43억 원 상당의 전세금을 편취한 사기 피의자 4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임대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사실을 숨기고 전세 계약을 진행하는 수법으로 50여 명의 사회 초년생들을 울린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전세 사기는 주로 젊은이들이 대상인 경우가 많다. 사회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고 한창 꿈을 키우려고 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기를 꺾는 악질 범죄다. 이런 사건으로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정부와 국회가 심각성을 느끼고 특별법 제정 등 긴급 대책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지만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며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낀다. 그나마 여야가 전세 사기 피해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은 전망은 흐리지만 않다. 전세 사기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여야가 서로 한 발 물러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을 하루 빨리 터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