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코로나19 엔데믹에 다다랐다. 2019년 12월 부지불식간 창궐한 뒤 삽시간에 전 세계를 공포로 옭아맨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3년 6개월 만에 인류와 함께 할 풍토병으로 한 걸음 물러선 순간이다. 두려움과 공생하며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고 또 많은 것을 얻었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일선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아직 끝이 아니다. 또 언제 미지의 전염병이 급습할지 모른다. 숨 고르는 지금이 방역체계를 손보고 대처 능력을 배양할 기회다. 다른 숙제도 여럿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코로나19 중대본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오늘 중대본에서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으로 관련 빗장을 열었다. 위기 경보 조정에 따라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는 5일 권고로 전환하고 입국 후 PCR 검사 권고를 해제하며 입원 병실이 있는 병원 이외의 모든 장소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로 했다.

차츰 회복해 온 터라 딱히 긴장을 늦추거나 할 계제는 아니지만 코로나19와 함께한 삶이 무르녹을 즈음 대통령의 엔데믹 선언은 잠재된 심리적 위축의 끈을 풀어준 호각 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국민이 일상을 되찾은 건 기쁜 일이어도 코로나 이전 수준의 온전한 삶에 이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가시거리 밖이라 체감도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엔데믹은 더 이상 코로나 핑계가 통하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선 경제가 말이 아니다. 돈이 돌아야 소비가 활성화되고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할 수 있을 텐데 경화된 불황과 고물가와의 씨름이 한참 때 코로나 못지않게 매섭다. 고금리 여파까지 미쳐 특히 소상공인과 청년, 서민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곳곳이 헐고 무너진 사회의 담을 재건하는 것도 급선무다. 전염병이 샅샅이 훑은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고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면면이 들여다봐야 한다.

국가와 국민 모두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고 해도 과찬이 아니다. 주옥같은 숨은 주역들의 헌신 없이는 불가능했을 역사를 방어기제로 삼아야 한다. 초기부터 차근차근 복기해 문제시됐던 사안들을 건건이 수선한다면 숱한 희생 치른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경험치의 방역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시행착오 물기 뺀 상황별 지침서는 그 산물일 것이다.

엔데믹은 팬데믹의 끝이지 전염병 완전 종식은 아니다. 풍토병으로 간주한다고 하나 다시 확산하고 여전히 누군가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중 충청권 관련 지표가 가장 나쁘다는 데서 꺼림칙하다. 방역 수칙과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조심해서 해될 것 없고 그것이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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