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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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시대는 멸종했다. 선호도를 뒤에서 세는 게 훨씬 빠른 기피 산업이 된 지 꽤 됐다. 그럼에도 우리 농촌은 여전히 농사를 짓는다. 잘 알다시피 농군 대다수는 고령자들이다. 평생을 업으로 삼은 호구지책이거니와 힘에 부쳐도 땅을 놀릴 수 없으니 일에서 손을 놓지 못한다. 그렇게 근근이 명맥을 잇는 연로한 농촌의 노동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충남도가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고령 은퇴 농업인 연금제를 다각도에서 주시하게 되는 이유다.

논이고 밭이고 농사는 고역이다. 쌀 한 톨 생산하는 데 여든여덟 번의 수고를 거쳐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거기에 자연과 부합하지 않으면 1년 농사 통째로 날리는 건 예사라 몸 고생, 마음고생이 여간 아니다. 농부들이라고 은퇴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충남도가 지난해 10월 농업인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62%는 은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52%가 염두 중인 은퇴 시점을 80∼89세로 잡았다. 일반적인 개념과는 이격이 크다.

실제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경영주 연령이 70세 이상인 농가는 전체의 39.7%를 차지한다. 열 중 넷은 농민의 정년이라고 볼 수 있는 70세를 넘긴 것이다. 그것이 자의에 의한 선택인지,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인지는 속속들이 알 수 없다. 고령 은퇴 농업인 연금제 도입에 진심인 김태흠 충남지사는 후자로 주목한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80세 이상 농민들이 언제까지 고된 농사를 내려놓지 못하도록 방관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도백이 된 후 결단력 있게 연금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충남형 고령 은퇴 농업인 연금제는 70∼84세 은퇴 농업인의 토지를 청년 농업인에게 매도·임대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이양하고 기본 연금에 면적 연금을 더한 연금을 85세까지 지급하는 사업이다. 고령 농업인에겐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청년 농업인에겐 농사에 투신할 토지를 확보케 함으로써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알선을 통해 농촌의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재간에서 설계됐다.

현재까진 일사천리다. 도는 17일 한국농어촌공사 충남본부와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은퇴한 농업인의 농지를 농어촌공사 농지은행 사업을 통해 매입, 임대 처리하고 해당 농지를 도 정책에 마침맞은 청년 농업인에게 우선 임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등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빠르면 오는 10월 도입을 바라보고 있다니 기대가 크다.

연금제 대상 도내 농업인은 9만 5989명이다. 이 중 얼마나 청년들에게 바통을 이어주고 다리를 뻗을 수 있을지는 수요와 공급에 달려 있다. 세부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은퇴를 희망하는 늙은 농부들과 창농(創農)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바람이 맞물릴 수 있도록 분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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